“北, 핵탄두 제작위한 HEU 기폭장치 실험할 것”

한·미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실험 수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미·일의 민·군 정찰위성을 비롯한 정보자산도 핵실험장이 위치한 북한 함경북도 풍계리를 향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언급한 ‘높은 수준의 핵실험’이 고농축우라늄(HEU)을 이용한 소형·경량화 탄두제작 단계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 2차 핵실험에서 핵분열에 대한 노하우를 확보한 북한이 본격적으로 이를 무기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는 것.









신성택 핵 공학박사./데일리NK 자료사진

국제외교안보포럼의 신성택 핵공학박사도 데일리NK와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탄두를 제작하기 위한 HEU 기폭장치를 실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 박사에 따르면 HEU를 탄두화하는 과정은 1단계: 핵분열 반응에 대한 성공 여부(임계량 실험)→2단계: 소형·경량화를 해도 임계점에 도달하는지 여부→3단계: 미사일에 핵탄두 장착 등으로 구분된다. 신 박사는 현재 북한의 핵 능력이 2단계 실험 수준에 도달했고, 실험을 거듭할수록 관련 기술이 축적돼 탄두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은 그동안 HEU확보와 관련 기술 획득 등을 위한 노력에 집중해왔다”면서 “HEU는 기폭장치의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우라늄-235’의 농도가 80%만 되도 임계점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에 핵무기로 활용하는데 장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핵공학박사로 알려져 있는 신 박사는 2006년 1차 핵실험 이전부터 북한 핵실험의 의미와 핵기술 현황, 북핵 불능화 방안, 핵폭발 실태와 시나리오 등 북한 핵 관련 동향에 주목하고 연구에 매진해왔다.


데일리NK는 통일연구원의 객원연구위원 임기를 마치고 미국 몬트레이 국제대학교(Monterey Institute of International Studies) 비확산센터(Center for Nonproliferation Stydies)로 복귀를 앞두고 있는 신 박사와 최근 북핵(北核) 정국과 관련한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신성택 박사와의 인터뷰 요지]


-북한의 3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감행 시기는?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을 성공적으로 마친 상태이며, 이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핵실험밖에 없다. 핵실험 일시는 정확한 예측이 어렵지만,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는 25일 이전에 감행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본다.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하는 것은 김정은 통치 기반의 강화가 기본적인 목적이고 더불어 한국과 미국을 떠보려는 의도가 크다고 본다. 더욱이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까지 나왔으니 북한으로선 핵실험할 명분이 확보된 셈이다. 미사일에 장착할 핵탄두의 소형·경량화라는 기술적 목표 달성의 필요성도 있을 것이다.”


-북한 핵실험에 대한 미국 현지의 분위기는 어떤가.


“미국은 경기부양, 높은 실업율 문제 해결이라는 국내적인 과제가 있어 관심은 저조한 듯하다. 물론 핵잠수함을 파견하는 등 북한 핵실험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새로운 분쟁 등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 것 같다. 한 마디로 관망(wait and see)하고 있는 것 같다.”


-어떤 실험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나.


“기술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핵탄두를 소형·경량화하고 폭발력을 극대화 시키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고농축우라늄(HEU)과 관련기술 확보를 위해 노력을 집중하고 있었는데, 그동안 모아온 역량을 이번 실험을 통해 확인하려고 할 것이다. 기폭장치 설계만 잘 되면 HEU는 ‘우라늄-235′(우라늄의 0.7%로 구성돼 있으며, 핵분열 시 막대한 에너지를 발생)의 농축도가 최소 80% 정도만 되도 임계점 도달이 가능하다. 기존의 93% 이상의 고순도 플루토늄을 이용하는 것보다 장점이 많다. 이미 4~6기 정도의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양의 HEU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HEU를 적극적으로 이용할 것으로 본다.”


-3차 핵실험 성공 여부에 따라 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속도에도 영향이 예상된다. 


“이번에 핵실험을 성공한다고 해도, 당장 ICBM에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핵탄두 장착 가능성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갔다고 보면 될 것이다. 3차 핵실험이 성공적이면 향후 예상되는 4차나 5차 핵실험은 더욱 성공적일 것이며 ICBM에 장착할 핵탄두 개발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는 것이다.”


-핵의 탄두화는 어떤 과정을 거치나.


“핵을 탄두화하기 위한 실험 수순은 핵분열 반응이 잘 이뤄지는지(임계실험)를 먼저 평가하고 이것을 소형·경량화해도 임계점에 도달해, 원하는 폭발력을 얻는지 여부를 실험한다. 마지막 순서가 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하는 것이다. 북한의 1, 2차 핵실험에서 분열 반응 실험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평가되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소형·경량화를 통한 임계점 도달 여부와 폭발력 평가를 할 것이다.” 


-핵탄두의 소형화와 경량화가 실험의 핵심인 셈인데, 가장 중요한 과정은?


“가장 중요한 것은 고폭화약(HE, High Explosives)을 어떻게 다루느냐다. 핵탄두의 부피와 무게를 좌우하는 것은 고폭화약을 어떤 형상으로 가공하고 배치(탄두 구조설계)하느냐에 달려있다. 더욱이 고폭화약의 종류는 100여 가지가 넘기 때문에 이들을 다루는 기술도 다양하다. 때문에 고폭화약을 다루는 기술은 노하우 축적이 중요하다. 미국이 수백 번 핵실험을 한 것도 고폭화약의 다양한 활용법, 노하우를 축적하기 위해서였고, 인도나 파키스탄도 이를 위해 각각 다섯 차례와 여섯 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실시했다. 또한 핵물질을 제거하고 실내에서 하는 고폭화약 실험도 지속적으로 해야 소형·경량화에 이를 수 있다.”


-동시다발적인 핵실험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데.


“핵탄두화를 위해 여러 차례 핵실험이 필요하기 때문에 동시다발 실험은 비용과 시간 면에서 이득이다. 한국과 미국에 좀 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동시다발 실험은 핵물질의 농축도와 고폭화약의 종류·배치, 내폭·임계·복합 폭발방식 등 실험 조건을 다르게 해서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데이터가 다양해질수록 그것들을 근간으로 다른 상황의 데이터도 추정할 수 있기 때문에 핵탄두화에 좀 더 가까워지는 셈이다.”


-북한 핵기술의 변천을 간단하게 설명한다면.


“1955년 김일성의 지시로 핵물리학연구소가 설립됐다. 1962년에는 평북 영변 핵단지 및 방사화학연구소가 설립되고 소련으로부터 연구용 원자로를 도입했다. 이렇게 시작된 핵개발의 역사는 김정일이 두 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하면서 어느 정도 궤도에 올려놨다. 북한 핵기술은 자체 개발이라는 평가지만 구소련, 중국, 동구권 공산국가, 파키스탄이 북한을 도왔고, 금전적인 방면에서는 한국 등도 연관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