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융합 성공’ 주장 왜?…국면전환 ‘꼼수’

북한이 자체 기술로 핵융합 반응에 성공했다고 주장함에 따라 한반도 정세에 파란이 예고되고 있다. 진위 여부를 넘어서 일각에선 수소폭탄 개발 가능성까지 대두되면서 논란이 한창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이날 1면기사에 “조선의 과학자들이 핵융합 반응을 성공시키는 자랑찬 성과를 이룩했다”면서 “핵융합 성공은 발전하는 조선(북한)의 첨단과학 기술 면모를 과시한 일대 사변”이라고 주장했다.


신문은 핵융합 반응과 관련한 기초 연구가 끝났다면서 새 에너지 개발을 위한 돌파구가  열렸다고 덧붙였다. ‘무기용’이 아닌 ‘에너지용’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북한이 밝힌 핵융합 반응은 1억도 이상의 초고온의 플라즈마 상태에서 가벼운 원자핵들(중소수, 삼중수소)이 융합하여 무거운 원자핵(헬륨)으로 바뀌는 현상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감소된 질량(중성자가 감소)이 막대한 에너지로 변환되는데 이것이 ‘핵융합에너지’다.


하지만 현재 무기용(수소폭탄) 외에 에너지용 핵융합 기술을 보유한 나라는 없다. 우리 역시 미국, 유럽, 러시아, 일본 등 7개국과 함께 국제열핵융합실험로(ITER)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을 뿐이다. 때문에 북한이 실험에 성공했을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대체적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핵융합 시설에 북한이 에너지 개발 목적으로 뛰어들 조건이 안 될 뿐만 아니라 융합반응이 연속적으로 일어나야 하는데 이 기술 또한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두지 못해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고위 당국자는 “핵융합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고가의 시설이 필요한데 이런 시설이 북한에 있다고 보고됐거나 감지된 게 없다”면서 “비밀리에 이런 시설을 만들기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노동신문 보도내용이) ‘터무니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ITER 프로젝트 내 실험에 필요한 시설을 건설하는 데만 51억 유로가 소요되고 실험 성공 자체도 50년 후에 가능할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라는 것이 이 당국자의 설명이다. 세계 최대 기술국이 합작해 추진하고 있는 사안을 심각한 ‘경제난’과 뒤떨어진 ‘기술력’을 가진 북한이 성공했을 가능성은 낮다는 주장이다.


이재기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도 데일리NK와 통화에서 “핵융합 에너지 개발은 엄청난 예산투자가 필요해 선진국조차도 갖지 못한 기술로 ITER 공동개발 성공이 2030년경에 성공할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상용화와는 관계없는 ‘실험실용’ 핵융합엔 성공했을 가능성은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교수는 “가장 단순한 핵융합은 실험실에서도 성공되고 있다”면서 “북한이 핵융합이 어떤 과정에서 일어났는지를 밝히지 않는 이상 의미가 없다”고 평가절하 했다.


북핵·천안함 궁지몰린 북한, ‘핵융합’ 카드로 국면타개 나서나

이처럼 기술적, 경제적 ‘핵융합’ 가능성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융합 성공’을 밝힌 것은 무슨 이유일까?


이 교수는 “수소폭탄을 가질 수 있다는 엄포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핵융합 성공을 밝힌 것은 지난 두 차례의 핵실험(2006년, 2009년) 성공에 이어 메가톤급 핵파괴력(핵폭탄의 100배)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기존 핵보유국들도 전략탄두화를 개발한 이후 수소폭탄 능력을 통해 수백에서 수천 배의 폭파 능력을 과시하려고 했다. 북한도 같은 전철을 밟고 있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상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북한은 플루토륨 탄·고농축우라늄 탄 개발 주장에 이어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시도했고 이번에 ‘수소폭탄’ 개발의 필수적인 ‘핵융합’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핵보유국’으로서 지위를 공공연히 밝히고 있는 북한이 ‘엄포용’으로 ‘핵융합 성공’을 선택했다는 반응이다.


이 교수는 수폭의 기술적 원리에 대해서는 “원폭(플루토늄, 우라늄)을 기폭제로 주변에 핵융합물질을 배치하면 된다”면서 “원폭이 있는 나라가 수폭 만드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결국 북한의 이번 주장은 원폭뿐만 아니라 수폭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을 과시해 다시한번 북핵상황을 주도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핵불능화’·’고농축우라늄‘(HEU) 개발 카드에 이어 ‘수폭’ 카드를 제시, 국제사회 제재국면을 벗어나기 위한 협상용 ‘포석’을 마련한 것이란 분석이다. 천안함 국면을 모면하기 위한 카드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연수 국방대 교수는 “북한의 이번 발표는 전략탄두 개발 가능성을 시사, 미국에게 협상의 필요성을 제시한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천안함 사태에 대한 한·미·일의 강경 대응 움직임 등 부정적인 효과를 차단키 위해 선택한 카드로 보인다”고도 해석했다.


또 다른 대북전문가는 “북중정상회담 등을 통해 중국이 ‘전략적 소통문제’를 강조했는데, 만일 중국에 이번 사항을 통보하지 않았다면 이번 정상회담에 대한 불만표출일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방중에 따른 특별한 소득이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주민들의 냉소적인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을 미연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북핵문제와 천안함 등으로 궁지에 몰리고 있는 미묘한 시점에 ‘핵융합 카드’를 제시함에 따라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다시 한 번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역시 핵융합 반응 성공 가능성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면서 대책마련에 부심한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