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실험 천명’…남북관계 벼랑끝 가나

북한 핵실험 준비설이 흘러나오는 와중에 북한이 3일 전격적으로 핵실험 의사를 천명하면서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북한의 핵실험 의사 천명은 쌀과 비료 지원을 중단한 후 단절된 남북관계의 복원을 조심스럽게 모색해 온 우리 정부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라는 평가다.

북한이 당장 핵실험을 ’행동’에 옮긴 것은 아니지만 핵실험이 지닌 무게감을 고려할 때 ’말’로써 이를 공식화한 것만으로도 한반도 정세에 적잖은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는 사안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남북관계가 거의 단절되다시피 해 핵실험 의사를 천명한 것만으로 당장 눈에 띄는 영향이 있지는 않겠지만 정부가 준비중이던 개성공단 추가 분양 등은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만약 북한이 실제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정부의 대북 화해 기조에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하고 미사일 발사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동요 없이 정상적으로 진행돼 온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사업 등도 차질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남북관계 주무 부처인 통일부는 소식이 전해지자 즉각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 북한이 핵실험을 하겠다고 밝힌 배경과 의도, 파장을 분석하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 대화 분위기에 ’찬물’ = 북한의 핵실험 의사 천명은 미사일 발사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행보가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대화 분위기로 돌아선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정부를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한 방송에 출연,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과 관련한 북한의 반응에 대해 “(북한으로부터) 적극적으로 부정적 의견이 나오지 않았다고 얘기할 수 있다”고 밝혀 상황이 그리 비관적이지만은 않다는 관측을 낳았다.

지난 2일에는 북한의 제안으로 남북 군사실무회담 수석대표 접촉도 열려 지난 7월 남북 장관급회담 이후 단절됐던 남북 당국 간 대화가 다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던 터였다.

정부는 이 같은 기류 변화에 따라 북한을 6자회담 틀로 끌어들이기 위해 북핵 문제에 있어 기능을 상실했던 남북관계를 다시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해 왔다.
여기에는 개성공단 추가 분양과 열차 시험운행을 조건으로 한 경공업 원자재 제공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북한의 전격적인 핵실험 의사 천명으로 정부의 계획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내주중 관계부처 간 협의를 거쳐 이달 중순에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던 개성공단 추가 분양을 사태 추이를 봐서 무기한 연기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겠다는 소식을 접한 국내 기업의 투자심리가 얼어붙을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정부가 무리해서 분양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가능성 차원에서 검토한 것이기는 하지만 열차 시험운행과 경공업 원자재 제공도 긴장이 다시 극도로 높아진 상황을 감안하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분석이다.

또한 정부가 내심 기대했던 이산가족 상봉행사 재개, 중단된 이산가족 면회소 공사 재개 등 인도적 문제의 우선적 해결도 사실상 물건너갈 공산이 높다는 관측이다.

◇ 핵실험 강행시 남북관계 ’벼랑 끝’ = 북한이 핵실험 의사를 공식적으로 천명하면서 실제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정부 일각에서는 ’벼랑 끝 전술’이고 ’아직 말뿐이지 않느냐’며 필요 이상으로 긴장감을 높일 필요는 없다는 신중론도 있지만 한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대화 노력이 막바지에 이른 상황에서 나온 북한의 핵실험 의사는 간과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만약 핵실험을 강행하게 되면 2000년 6.15 공동선언 이후 더디지만 지속적으로 발전해 온 남북관계는 치명상을 입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우선 대북 화해협력 기조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미사일 발사에도 불구하고 대북 화해 기조를 바꾸지 않았고 국제사회의 이해도 얻었지만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이 같은 노력은 빛을 잃을 수 있으며 상황에 따라서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할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또 유엔이 더욱 강력한 대북 제재안을 결의한다면 금강산관광과 개성관광 사업 등 정상적인 상거래마저도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할 정도의 강경책이 담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관광심리나 투지 심리가 급속도로 냉각돼 사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통일부 양창석 대변인은 “북한 외무성이 앞으로 핵실험을 하겠다고 입장을 표명한 것은 한반도 평화에 치명적인 위협이며 남북관계에 결정적인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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