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실험 왜 빨랐나?…“후계 준비에 활용”

북한이 25일 오전 9시54분 제2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이는 대내적으로 후계승계에 따른 체제결속과 대외적으로 ‘핵보유국’ 지위를 확실히 보장받으면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예상된 수순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공화국의 자위적 핵 억제력을 백방으로 강화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지하 핵시험을 성과적으로 진행했다”며 “이번 핵시험은 폭발력과 조종기술에 있어서 새로운 높은 단계에서 안전하게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번 북한의 2차 핵실험은 이미 예견됐다. 그러나 북한은 국제사회의 예상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지난달 29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가 발표되자 “즉시 사죄’하지 않으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할 것”이라고 예고한 지 약 한 달 만이다.

북한이 미국 메모리얼 데이(25일·현충일) 기간에 맞춰 핵실험을 실시한 것은 미국의 대북 무시정책에 대해 무력 시위의 의미도 강하게 내포하고 있어 보인다.

◆核보유국 지위 확보해 美와 협상하겠다는 의지=2006년 북한이 1차 핵실험을 실시하자 국제사회는 이 실험이 성공이냐 실패냐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핵실험 이후 방사능 동위원소가 검출되면서 핵실험은 인정됐으나 그 위력에 있어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북한의 핵(核)을 통한 협상력도 일정한 한계가 조성됐다. 때문에 미국과의 본격 핵 협상을 앞둔 북한으로서는 보다 강도 높은 핵실험을 통해 핵보유국으로서 지위를 확고히 할 필요성이 있었을 것이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위한 착실한 순서를 밟아왔다”며 “1차 핵실험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핵탄두의 신뢰성을 높이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2차 핵실험을 강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핵보유국 지위를 완전히 굳힌 다음 미국과 협상하겠다는 전략”이라며 “(미국에)쓸데없이 ‘핵프로그램 폐기’ 주장하지 말고 핵보유국 대(對 ) 핵보유국으로 협상하자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6월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미국이 인정하지 않는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하고, 향후 협상을 이끌어가겠다는 것”이라며 “핵실험을 통해 세계 이목을 조선반도에 집중시키자는 김정일의 뜻에 따라 핵실험이 예정보다 빨리 진행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체제결속·후계 공식화위한 핵실험”=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이번 핵시험의 성공은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어제끼기 위한 새로운 혁명적 대고조의 불길을 세차게 지펴올리며 150일 전투에 한 사람같이 떨쳐나선 우리 군대와 인민을 크게 고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북한 당국의 발표는 2차 핵실험이 핵 보유국 지위와 더불어 체제결속을 위한 것이었음을 확인해준다.

이는 지난해 8월 김정일 와병설 이후 체제 정비가 완료돼간다는 의미와 함께 후계 승계를 위한 기반 마련이라는 북한 내부 사정과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다.

윤 교수는 “현재 북한은 김정일 와병에 따른 체제 이완과 경제·외교적인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면서 “기본적으로 후계구도를 만들어가는 발판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책임연구위원은 “후계자의 업적으로 삼을만한 것이 필요하다는 것도 고려된 것 같다”며 “핵실험을 강행했기 때문에 조만간 ‘후계 공식화’ 등의 정치 이벤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 기간에 핵실험을 감행했다는 것은 더 이상 남북관계가 북한의 ‘행보’에 변수가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 대북전문가는 “남북관계는 북한에 전혀 중요한 변수가 아님이 확인된 셈”이라고 말했다.

◆북한 핵능력 향상 과시=북한은 이번 핵실험을 통해 1차 핵실험보다 향상된 핵기술력을 보인 것으로 전문가는 분석했다.

이번에 감행한 핵실험을 통한 위력이나 규모는 핵실험 때에만 방출되는 방사성 동위원소인 제논(Xenon)과 크립톤(Krypton) 기체를 검출해봐야 정확히 추산할 수 있다.

하지만 일단 진도 4.5 안팎의 인공지진이 감지된 것은 지난 1차 핵실험 때 2kg의 플루토늄을 사용해 나타난 진도 3.9(국내 추정)보다 훨씬 강력한 진도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플루토늄 사용량 증대나 핵 폭발 기술 진보와 관련이 있다.

이은철 서울대 교수(원자핵공학과)는 “현 단계에서는 방사능 기체들이 나오지 않아 정확한 핵무기 성능을 파악하긴 어렵다”면서도 “1차 핵실험을 제대로 된 폭발력을 갖추지 못했으나 진도 등을 감안할 때 그것보다는 진전된 상황으로 읽혀진다”고 말했다.

이날 중앙통신도 “시험 결과 핵무기의 위력을 더욱 높이고 핵기술을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과학기술적 문제들을 원만히 해결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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