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4차 핵실험’ 준비 징후를 보이고 있다는 관측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기 선택’만 남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5일 방한해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다. 북한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나오는 대북 메시지를 본 후 오바마 대통령이 방한 일정을 마친 이후 ‘핵실험 버튼’을 누를지 말지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핵실험으로 미국에 던지는 메시지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번 달 말이 최대 고비가 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시기를 볼 것”이라며 “지연전술을 펼 수도 있다”고 말해 이 같은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군 당국은 “4월 30일 이전에 큰 일이 일어날 것이다” 등의 말이 북한에서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북한의 핵실험에 대비 군사대비태세를 강화하기 위해 ‘국방부·합참 통합위기관리 TF’를 21일부터 가동 중이며 핵실험장이 있는 함북 길주군 풍계리 주변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과거 세 차례 핵실험 패턴을 감안하면 이번 ‘4차 핵실험’ 가능성은 높다. 북한은 1~3차 핵실험을 감행할 때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유엔 안보리 규탄·대북제재→핵실험 예고→핵실험 감행’ 패턴을 보였다.
북한의 4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도 북한이 최근 보인 행태가 과거와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중거리 미사일 발사→유엔 안보리 규탄→북 외무성 핵실험 예고’의 전철을 밟고 있어 마지막 단계인 ‘핵실험 감행’만 남겨둔 것이란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세 차례 핵실험의 경우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지만, 이번엔 중거리 노동계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만큼 곧바로 핵실험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도 분분하다.
1차 핵실험(2006년) 대포동 2호 미사일(사거리 6700km 이상) 발사, 2차 핵실험(2009년) 은하 2호 로켓(1만km 이상), 3차 핵실험(2013년) 은하 3호 로켓(1만km 이상)을 쏘아 올렸다.
때문에 대포동 2호나 실전 배치 후 시험발사를 진행하지 않은 신형 이동식 KN-08(1만 2000km),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무수단 미사일(3000~4000km) 등의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해 위협 수위를 높여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을 예고한 만큼 지난달 26일에 발사한 중거리 노동계열 미사일을 단순한 발사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북한은 사거리 1300km의 노동 미사일을 600여km만 발사했다. 이는 연료를 적게 실어 사거리를 줄이는 대신 탄두의 중량을 늘려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도록 설계를 변경한 미사일일 가능성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북한은 2010년 이후 반복적으로 핵 억제력의 ‘소형화·경량화·다종화’를 언급해온 만큼 소형·경량화된 핵탄두를 노동 미사일에 장착해 발사하는 것도 가능한 시나리오이기 때문에 현재의 상황이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높은 단계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지난달 30일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도 배제하지 않는다”면서 “다종화된 핵 억제력을 각이한(각기 다른) 중장거리 목표에 대해 각이한 타격력으로 활용하기 위한 여러 형태의 훈련을 할 것”이라고 위협한 바 있어 이 같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와 관련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는 데일리NK와 통화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자 하는 강력한 동기가 있는데 바로 ‘기술적 동기'”라며 “북한이 핵탑재 무기의 실전배치를 서두르고 있고 우라늄을 이용한 핵폭탄의 대량생산, 수소폭탄이나 그전 단계인 증폭핵분열탄을 기술적으로 시험해봐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핵무기의 성능을 개선하고 경량화·소형화를 이루기 위해선 추가적인 핵실험은 반드시 필요하고, 핵의 안전관리 등 기술적 차원에서도 핵실험에 대한 강한 요구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오경섭 세종연구소 연구위원도 “북한이 어떠한 방법으로든 핵실험을 할 가능성은 높다”라며 “북한은 지속적으로 핵실험을 할 것이란 메시지를 계속 보내고 있으며 여러 가지 정황을 보면 핵실험 준비가 완료되었다고 보여진다”고 했다.
이어 오 연구위원은 “핵·경제 병진 노선을 추구하고 있는 김정은은 남북관계나 대외 관계를 크게 고려치 않고 북한의 필요에 의한 핵개발 일정대로 핵실험을 진행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시기는 오바마 방한 이후로 시기를 저울질할 것이다. 4월에 핵실험을 진행하지 않으면 지연전술을 펼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