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실험 선언과 북한내 `협상 라인’

북한의 전격적인 핵실험 선언이 가시화되기까지 이른바 협상파로 불리는 북한 외무성 라인은 얼마나 역할을 했을까.

외교전문가들은 대체로 “북한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 등은 적어도 외무성 성명으로 핵실험 의지가 천명 되기까지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결국 지난 7월 5일의 미사일 발사는 물론이고 이번에 공개된 핵실험 선언까지 외무성 라인이 배제된 상황에서 군부가 사태를 주도했을 것이란 추론이다.

북한 외무성의 소외 현상은 최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셀리그 해리슨 미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의 보고에서도 엿볼 수 있다. 김계관 부상 등을 면담한 해리슨은 핵실험과 관련해 다소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즉 자신이 만난 북한 측 관계자들이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음을 밝히면서도 “북한은 작은 나라라서 지상이나 지하를 막론하고 핵실험을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핵실험설은 미 정보기관이 퍼뜨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만일 해리슨 연구원의 전언이 사실이라면, 그리고 그가 주로 외무성 인사들을 만났다고 본다면 이는 북한 내부에서 외무성, 또는 협상파들의 입지가 그만큼 위축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실제로 해리슨 연구원은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로 북한 내 강경파들의 입지가 크게 강화돼 북핵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방북을 마친 뒤 워싱턴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방북 중에 백남순 외무상, 김계관 부상, 김영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북한군 판문점 대표부 대표인 리찬복 상장(중장) 등을 두루 만난 결과, “북한 내 강경파는 부시 행정부의 금융제재와 정책 때문에 어느 때보다도 강해진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1972년 첫 방북 때부터 북한 내 강온파 간의 차이를 깨달았지만 이번 방문에서 온건파의 입지와 능력은 크게 위축된 것으로 보였다고 평가했다.

외교전문가들은 아울러 북한 외무성 고위 관계자들의 교체 등도 외무성의 위상 약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북한의 ‘비공식 주미대사’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대미 관계를 전담해 온 한성렬(韓成烈) 유엔주재 북한 대표부 차석대사가 지난 달 말 갑작스레 교체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되곤 했다. 한 전 차석대사는 ’미국통’이자 북한 외무성 내 대표적인 온건파로 알려졌었다.

오랜 기간 북한을 관찰해 온 미국의 전문가들도 북한 내 외무성이 코너에 몰렸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 국무부 정보조사국에서 오랫동안 북한을 담당했던 로버트 칼린 전 국장은 ’강석주 연설’을 가상한 최근 글에서 “만약 우리가 5개 혹은 6개의 핵무기에서 그 과정을 멈출 수 있었다면 다시 내려올 길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며 “’돌아올 수 없는 시점’의 경계선이 어디 있는 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우리는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칼린이 가상으로 설정한 ‘강석주’는 이어 “계속해서 핵 억지력을 개발하라는 압력은 견디기 힘들 정도이고 더 많은 돈과 더 많은 자원을 이 프로그램에 쏟아 부어야 한다는 논리는 그것이 아무리 말이 안 된다고 해도 이기기 어렵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미국의 북한 압박이 강화되면서 북한 내부에서 협상파들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응 등이 향후 북한 내부 동향에 직접적으로 연결될 것으로 보이며 그 결과에 따라 핵실험 파문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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