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3차 핵실험을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에는 사전에 통보하고, 한국에는 알리지 않은 것은 핵을 활용한 정치적 셈법의 차이로 보인다.
북한은 1차 핵실험 때인 2006년 10월에는 중국에만 20분 전에 통보했고, 2009년 5월 2차 핵실험 때는 미국, 중국에 사전에 알렸다. 2차 당시 통보 시점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1차 때보다는 빨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1, 2차에 비해 이번에는 사전 통보한 대상국도 늘었고, 시점도 핵실험을 단행한 시간보다 최소 14시간 정도 빠른 11일 저녁이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혈맹’ 중국에는 최소한의 외교적 예의 차원에서 사전 통보했고, 미국에 알린 것은 협상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더불어 핵보유국인 미·중·러에 사전 통보를 함으로써 명실상부 ‘핵보유국’ 반열에 올랐다는 것을 인정받으려는 속셈도 있다고 했다.
또한 전형적인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이 아닌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맺어 한미동맹을 약화시키기 위한 오래된 전략의 연장이라는 지적이다.
손광주 데일리NK 통일전략연구소 소장은 “미국은 북한과 핵문제에 대해 직접 대화를 하지 않으려는 것을 북한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전략적 의도”라면서 “핵문제가 미국에 매우 위험하다는 인식을 주면서 북미대화가 재개될 때를 대비한 사전 포석 차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은 미국과 정전협정을 평화협정 논의로 전환하고 싶어한다”면서 “이 때문에 핵이나 미사일 문제와 관련된 협상은 미국과 하면 되고, 대북지원 문제는 한국 정부와 하면 된다는 인식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 고위 탈북자는 “미국은 적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협상의 대상자이기 때문에 알린 것”이라면서 “한국과는 체제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까이 한다는 인상을 주면 내부적으로 상당한 부담이나 반발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의식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핵실험을 사전 통보한 것에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인공위성이나 지진파 분석 등을 통해 핵실험 사실을 바로 알 수 있는 만큼 ‘정상국가 흉내 내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