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실험 강행하나..강경 대응 분위기속 위기감 고조

“뭔가 일이 좀 되려고 했는데, 안타깝다. 파국은 막아야 한다.”

북한 외무성이 3일 오후 전격적으로 ’핵시험(실험) 성명’을 발표하자 정부 북핵라인은 그 의도를 파악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특히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포괄적 접근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또다시 벼랑끝 전술을 선택한데 대해 “답답하고 안타깝다”는 반응이 터져나왔다.

이와 함께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국내외 여론이 크게 나빠져 국제적으로는 무력사용까지 가능한 강력한 대북제재안이 마련될 가능성이 있고 국내적으로는 보수세력의 목소리가 커져 대북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포괄적 방안에 미칠 영향= 외무성이 성명 형식으로 핵실험 가능성을 선언했다는 점에서 현재 관련국간 협의가 진행중인 포괄적 접근방안은 물론 6자회담 재개 전망은 그만큼 어두워진 셈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북한을 6자회담으로 복귀시키기 위한 마지막 노력이 필요한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다음 달 중이나 6주후 쯤 아시아지역을 순방할 계획이라고 밝힌 이후 북한의 동향을 예의주시해왔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라이스 장관이 ’마지막 노력’ 운운하며 북한을 압박한 데 대해 모종의 반응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14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포괄적 접근방안’을 도출한 이후 상황은 비교적 원활하게 돌아갔다.

정상회담 직후부터 뉴욕과 워싱턴을 오가며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간 고위급 협의가 진행됐고 지난달 29일 서울에서 한중간 협의도 있었다.

현재 포괄적 접근방안의 내용성은 상당히 채워진 상태라고 외교부 관계자가 전했다.

북한이 그토록 요구해온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계좌 해제와 관련해 미국측이 모종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거론됐고 지난해 9.19 공동성명에 따라 취할 수 있는 각국의 조치가 검토되기도 했다.

따라서 한미일 3국간 협의를 거쳐 다시 중국측과 포괄적 접근방안의 내용을 조율하면 이후 북한에 최종 완성된 방안이 전달될 것으로 예상돼왔다.

정부 당국자들은 대략 10월 말까지는 관련 작업이 완료될 것으로 기대했다. 북한의 반응이 관건이 되겠지만 포괄적 방안의 내용으로 볼때 북측도 ’적극 반대’하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지난해 11월 마지막으로 열린 6자회담도 자연스럽게 재개되지 않겠느냐는 희망섞인 전망이 나돌았다.

하지만 북한이 전격적으로 핵실험을 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상황이 급속히 악화될 것을 우려하게 됐다.

특히 미국의 강경파들이 다시 주도권을 쥐게될 상황을 우리 정부는 걱정하고 있다.

지난달 초 힐 차관보가 중국을 방문한 기회를 살려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만나자’는 제의를 했지만 끝내 북한이 이를 외면한 뒤 미국의 강성기류가 급속히 확산됐었다.

그런 미국을 상대로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적극적인 ’설득노력’을 전개해 상황이 이나마 관리하게 됐는데 자칫 정부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없게 된 것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북한 입장에서 봤을때 핵실험은 최후의 카드가 될 것인데 이를 그렇게 쉽게 사용하겠느냐”고 말했다. 일단은 위협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마련중인 포괄적 접근방안의 내용을 가급적 북한에 유리한 쪽으로 유도하려는 전술이 이번 성명에 깔려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핵실험 강행하면 어떻게 되나= 핵실험은 지난 7월5일의 미사일 발사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사안이다. 한반도비핵화는 물론 대량살상무기(WMD) 확산과 직결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강경 대응은 불을 보듯 뻔하다.

먼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7월15일 채택된 미사일 발사 규탄 결의 1695호보다 훨씬 강력한 결의를 채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무력사용도 궁극적으로 가능케하는 유엔 헌장 7장에 따른 안보리의 추가적인 제재 논의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정부 관계자의 분석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지난 7월의 안보리 결의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핵실험이라는 도발을 강행하면 유엔 헌장 7장을 명시하는 결의가 논의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 결의안 채택 당시 미국, 일본과 중국, 러시아가 막판까지 힘겨루기를 벌였던 유엔헌장 7장은 안보리 결의 내용을 이행하기 위해 경제적, 외교적 제재는 물론, 군사적 제재까지 가능케 하는 국제법적 근거를 제공하는 조항이다.

유엔 헌장 7장이 원용된다는 것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그만큼 강력하게 진행된다는 뜻이다. 미사일 발사로 각국이 단행하고 있는 제재조치가 훨씬 강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도 국제사회의 제재 움직임에 적극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미사일 발사에도 불구하고 대북 화해 기조를 바꾸지 않았고 국제사회의 이해도 얻었지만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이 같은 노력은 빛을 잃을 수 있다.

특히 유엔이 더욱 강력한 대북 제재안을 결의할 경우 금강산관광과 개성관광 사업 등 정상적인 상거래마저도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할 정도의 강경책이 채택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에 대비, 내부적으로 행동지침 등을 마련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북 강경제재를 하려는 미국을 상대로 ’한번 더 설득해보자’는 명분으로 일단 협상국면을 조성했지만 그 대가로 북한이 이런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경우 우리도 “대북 제재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미국 등 관련국들에 설명했을 것으로 추론해볼 수 있다.

로버트 조지프 미국 국무부 군축 및 국제안보담당 차관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의 소리(VOA)와의 특별대담에서 “북한이 실제로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중대한 전략적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유엔 헌장 7조의 발동을 포함한 유엔 안보리의 추가적 제재조치들이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으로서는 우선 유엔 안보리에 회부해 유엔헌장 7조를 발동하기 위한 결의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지프 차관은 또 미국이 주도하는 PSI를 북한 문제에 적용하겠다는 의중을 숨기지 않았다. PSI가 북한에 적용되면 대량살상무기를 적재한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선박을 해상에서 조사하거나 봉쇄하게 되며 이에 북한이 강력히 반발할 경우 한반도 정세가 급속도로 악화될 수있다.

그는 북한과 관련된 사례로 “2003년10월 원심분리기 부품을 싣고 말레이시아에서 리비아로 향하던 선박을 나포한 경우”라면서 “이로 인해 북한과 리비아, 이란 등에 우라늄 농축 기술을 판매한 파키스탄의 압둘 아디르 칸 박사의 핵 암거래가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됐다”고 설명했다.

결국 핵실험은 한반도 정세의 위기감을 최고조로 올려놓을 악재임에 틀림없다. 이에 따라 정부는 북한 내부 동향을 면밀히 분석한 뒤 북한이 실제로 핵실험을 하려할 경우 이를 제지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펼쳐나갈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그동안 고비고비 마다 벼랑끝 전술을 구사해왔는데 이번에도 상황이 악화되면 미국의 기류를 감안할 때 11월 중순 이후 한반도 정세가 급박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북한도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할 것임을 명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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