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실험에 시민들 `충격ㆍ우려’

북한이 9일 오전 핵실험을 강행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시민과 네티즌은 “이러다 전쟁이 나는 게 아니냐”며 최악의 사태를 우려했다.

시민단체들도 입을 모아 북한의 행동을 비판했지만 그 해법을 놓고서는 `평화적 대응'(진보진영)과 `햇볕정책 포기'(보수진영)로 엇갈렸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시내 대형마트나 백화점에 몰려가 생필품 `사재기’에 나서는 성급한 시민들 모습은 눈에 띄지 않았다.

◇ 시민ㆍ네티즌 `충격 속 긴장’ = 각 방송과 인터넷 포털사이트가 북한의 핵실험 강행을 잇따라 긴급 속보로 전하면서 이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큰 충격을 받은 표정이다.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을 찾은 직장인들은 온통 핵실험을 주제로 의견을 나눴고 전쟁 등 만약의 사태로 발전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근심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직장인 정모(28)씨는 “점심시간에 식당에 갔더니 다들 북한 핵실험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전쟁이 터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지만 `혹시나’ 하는 불안감 때문에 생필품이라도 사다놓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양모(23.여)씨도 “남자친구가 전방 부대에 있는데 너무 걱정된다. 이러다 전쟁이 나면 제일 먼저 투입될텐데 제발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얼굴에 근심을 지우지 못했다.

주부 박모(57.여)씨는 “북한에 핵무기가 있다는 것은 다들 짐작하고 있어서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핵실험으로 일본이나 미국 등 강대국들이 강경한 조치를 취해 우리에게도 악영향이 미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인터넷에서 뉴스를 접한 네티즌들도 댓글이나 게시판 등을 통해 이번 사태의 파장을 우려하는 동시에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아이디 `antijungil’은 “햇볕정책한다고 북한에 퍼주더니 결국 핵실험으로 끝났다. 정부는 이 상황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라고 했고, 아이디 `hjs1k’는 “북한의 도발로 아시아 지역에 핵개발 경쟁이 불붙을 수 있다. 정부는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도록 무엇을 준비했느냐”며 정부를 성토했다.

네티즌들은 또 `미국과 국제사회가 북한을 가만두지 않을 것’, `외환위기가 재연되지 않을까?’, `차라리 이민을 떠나는게 속 편하겠다’, `우리도 핵을 개발해야 한다’는 등등 다양한 반응을 쏟아냈다.

◇ 진보단체 `대화ㆍ평화 중요’ = 진보단체들도 북한의 핵실험 강행에 우려를 나타내면서 이런 상황일수록 더욱더 평화적인 방식의 해결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참여연대 박정은 평화군축팀장은 “일단 강하게 비판하는 것이 당연하다. 또 핵실험 강행의 파장으로 대북제재 강화나 국제사회의 대북 신뢰도 하락 등의 사태가 일어날 것도 자명한 일”이라면서도 “한국 정부는 북한 핵실험에 대한 반작용으로서만 대북제재에 대처해서는 안되며 핵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팀장은 “어렵겠지만 미국과 북한을 중재하고 설득해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어야 하며 제재에 동참하는 문제도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하지만 핵실험은 한반도 비핵화 원칙과 남북한 정상이 합의한 6.15정신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므로 시민사회에서도 이를 강력히 비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실련 이강원 시민입법국장도 “국제적 고립과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생존이 절박한 북한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핵실험이 북핵사태 해결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본다. 핵실험이 사실이라면 굉장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정부의 진지하고 냉철한 대응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통일연대 김근래 조직국장은 “예견됐던 일이다. 더 이상 사태가 악화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대화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결론이 나온 것이니 평화적인 방식으로 대화를 통해 원칙을 확실히 지키는 것이 해법”이라고 역설했다.

김 국장은 “북한을 자극하고 긴장을 격화하는 방식으로 가면 더 불행한 사태가 초래될 수 있기에 대화와 평화적인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북한에 대한 고립정책 강화는 현재의 상황에서 어리석은 대응이라고 본다. 평화적인 방식의 중요성이 확인된 사건이다”고 주장했다.

◇ 보수단체 `정부 단호히 대처해야’ = 보수단체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가 대북지원 등 햇볕정책을 즉각 중단하고 대북제재에 동참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윤창현 상임집행위원은 “충격을 금할 길이 없다. 이는 주변국과 공조체제를 소홀히 하고 미국 등 우방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은 채 자주적 외교에 집착한 결과다. 햇볕정책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과했다는 증거다”고 주장했다.

윤 위원은 이어 “노무현 정부의 자주외교는 이번 핵실험으로 종지부를 찍었다. 지금부터는 외교 및 대북라인을 전면 교체하고 새로운 진영과 원칙으로 북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새로운 정책과 미국, 일본, 중국 등 우방과 긴밀한 공조체제 아래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사랑청년연합과 자유개척청년단은 이날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대북정책기조 변경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북한의 핵실험 강행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총체적인 실패작임을 뜻한다. 정부는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사업을 철수하고 일체의 대북지원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북한의 핵실험으로 한미간 군사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됐다”며 전시작전권 단독행사 추진 중단도 촉구했다.

이들 단체 소속 회원 10여명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참여정부와 국민의정부를 상징하는 깃발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모양의 인형을 태우는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전직군인단체와 종교계 등 227개 단체로 구성된 `북핵반대ㆍ한미연합사해체반대 천만인서명운동본부’도 이날 오후 7시30분 서울 광화문에서 북한의 핵실험을 규탄하는 촛불집회를 열 예정이다.

권태근 서명운동본부 공동대변인은 “북한은 핵실험으로 7천만 한민족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도발을 감행했다”며 “노무현 정부는 이 문제에 단호히 대처하지 않으면 국민 모두의 퇴진압력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시내 대형마트ㆍ호텔 `차분한 분위기’ = 전쟁 발발 가능성을 걱정하는 시민들은 많았지만 막상 시내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에 몰려가 생필품 사재기를 벌이는 사람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이마트 관계자는 “아직은 사재기와 같은 움직임은 없다. 핵실험 이야기는 전부터 계속 보도된 내용이라 그런지 실질적으로 별다른 반응이 나오지는 않고 있는 것 같다. 추석 이후라서 오히려 손님이 별로 없다”고 전했다.

북한의 핵실험 소식에 깜짝 놀라 한국행을 취소하는 외국인 손님도 아직은 나오지 않고 있다.

W호텔 관계자는 “방금 올라온 보도라서 그런지 아직 이에 관한 문의 전화나 실제 예약 취소 전화가 걸려오지는 않는다. 다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회사 내부에서도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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