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실험說…’레드라인’ 넘나

북한은 과연 핵실험 카드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일까.

미국의 ABC방송이 정보당국을 인용, 북한의 지하 핵 실험 준비설을 제기하면서 국제사회의 시선이 또다시 북한을 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단 상당한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동안 북한이 보여온 태도에서 충분히 그런 가능성을 엿볼 수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15일 유엔이 북한의 미사일 동시 발사를 비난하는 대북결의를 통과시키자 북한 외무성은 16일 성명을 발표했다. 유엔 결의를 ‘전면적으로 거부’하는 것과 동시에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하여 자위적 전쟁 억제력을 백방으로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외교 소식통들은 북한이 취할 ‘수단과 방법’에 대해 추가적인 대포동 2호 발사와 함께 핵실험 카드를 거론했었다. 상황논리로 볼 경우 대포동 2호는 이미 선보인 이상, 북한이 핵실험이라는 두 번째 카드를 선호할 것이라는 논리가 우세했었다.

서울의 한 외교소식통은 19일 “북한 외무성 성명 발표 이후 핵실험 가능성이 줄곧 주목돼왔다”면서 “무엇보다도 북한 수뇌부가 벼랑끝 전술을 계속 구사하겠다는 의중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도발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미국 ABC방송이 전한 내용도 ‘늘상 있는 움직임’으로 단순화하기 쉽지가 않다.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역 외곽에서 케이블을 감은 대형 얼레들을 내려놓는 움직임이 지난 주 미국 첩보위성에 포착됐다는 방송의 보도는 핵실험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전문가는 “핵의 폭발력을 계측하는 데 쓰이는 고속 카메라 등의 장비들을 케이블로 연결해야 한다”면서 “풍계 지역의 특성도 핵실험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산악지역에 위치한 풍계 지역의 지질은 매우 단단해 핵무기를 견뎌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아온데다 작년에는 시멘트 반입장면도 포착됐었다. 시멘트가 주목받는 이유는 실험 직후 발생할 엄청난 후폭풍을 견뎌내도록 통로를 꽉 채우는 데 주로 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풍계역은 지난 번 미사일 동시발사의 출발지점인 무수단리 미사일 발사대와 가깝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핵실험을 통해 얻어낸 핵탄두를 장거리 미사일에 장착하기까지 최소한 거리 상의 이점이 있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최종 판단은 유보해야할 상황이지만, 만약 북한이 핵실험 카드를 진짜로 구사하겠다는 결정을 내렸을 경우 사태는 간단치 않은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우선 북한의 핵실험은 지난해 6자회담 당사국들이 도출해낸 9.19 공동성명의 ‘한반도 비핵화’ 합의를 노골적으로 무시한 처사가 될 수 있다.

또 북한이 핵을 갖게 되는 순간 그동안 아슬아슬하게 지탱돼 왔던 동아시아에서의 균형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이론의 세계에만 존재해왔던 이른바 ‘핵 도미노’가 현실화하는 것이다.

동북아의 외교 지평은 ‘핵’의 장(章)으로 넘어가 완전히 새로운 판’이 열리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이 지역의 유일한 핵 보유국인 중국으로서는 인내할 수 없는 국면이 열리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내부적으로 북한의 핵실험을 ‘금지선 침범’ 단계로 설정해놓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핵실험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지난 번 미사일 발사 때와는 달리 중국이 강력하게 대응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미국의 대응이다. 여러가지 예측이 제기되고 있지만 조지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벼랑끝 전술에 맞서 강경 대응을 지속적으로 고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핵실험 카드를 위협용으로 구사하더라도 북한과의 양자 대화를 종전과 마찬가지로 계속해서 거부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힘을 얻고 있다.

오히려 ‘요지부동’인 미국을 움직여보기 위해 북한이 핵실험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사용할 가능성마저 거론되는 국면이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달 미사일 발사의 경우도 대답없는 미국을 향한 북한의 `위협카드’의 성격이 강했다”면서 “미국의 외면이 계속되고 북한의 강수 구사가 현실화되는 최근 상황은 10여년에 걸친 북핵 외교에서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외교소식통도 “북한이 다음달 14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긴장국면을 조성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북한의 행동도 문제지만 이에 대응하는 미국의 조치, 그리고 한국과 미국간 긴밀한 조율 등이 향후 북핵 외교의 흐름을 가늠할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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