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신고 회피…본격 선전전 돌입 징후

김정일은 “우리나라(북한)에서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전쟁의 위험을 제거하는 문제는 무엇보다도 미국이 우리 공화국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버리고 조(북)미 사이에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26일 ‘조선반도(한반도)에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현실의 절박한 요구’라는 논평을 통해 김정일의 발언을 소개하면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와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했다.

그러나 노동신문은 김정일의 이같은 발언이 언제, 어떤 자리에서 나온 것인지 일체 밝히지 않았다.

김정일은 또 “조선반도의 평화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낡은 정전체제가 새로운 평화체제로 교체되지 못하고 있는 데 기인된다”고 말했다고 노동신문은 전했다.

북한의 ‘평화협정’ 주장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그러나 한국에서 평화협정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된 것은 2006년 11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이후부터다.

당시 부시 미국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김정일 위원장과 평화협정에 서명할 용의가 있다”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밝혔다.

논평은 이어 ‘2007남북정상선언’에 “현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기 위한 실천적 조치로서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수뇌들이 조선반도 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가 명기돼 있다”고 상기시켰다.

또 노동신문은 “지금이야 말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하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 이유는 북미간 평화적인 핵문제 해결을 위해 대화 중이고, 미국이 북한에 대해 침공할 의사가 없으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용의가 있다고 밝혔으며, 남북관계도 평화번영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선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평화를 보장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으로 보나, 조성된 정세의 요구로 보나 더는 미룰 수 없는 절박한 문제로 나서고 있다”며 미국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할 “용단”을 내릴 것을 촉구했다.

이어 “(평화협정 체결은) 전쟁과 평화에 대한 입장과 태도의 문제”라며 “미국이 진실로 우리 나라와 신뢰를 구축하고 평화적으로 공존할 의사가 있으며 조선반도의 평화를 바란다면 현 정전협정을 대신하는 평화협정 체결에 나서지 못할 하등의 이유와 조건이 없다”고 했다.

북한이 주장하는 ‘평화협정’ 개념은 ‘先 주한미군 철수’를 의미한다. 1983년 북한의 과학백과사전출판사가 발행한 ‘백과전서’에는 ‘평화협정’을 ‘주한미군 철수’와 연계시키고 있다.

백과전서에는 “평화협정은 쌍방이 서로 상대방을 침범하지 않고, 무력증강과 군비경쟁을 그만두며 미국은 조선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고 통일을 방해하지 않으며, 남조선을 강점하고 있는 미군을 철거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노동신문이 이 시점에서 ‘김정일의 발언’임을 인용하며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하는 것은 6자회담 2.13 합의에 따른 북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신고를 미루고 있는 책임을 회피하고, 관심을 미북간 ‘평화협정’으로 몰고가면서 논점을 흐리려는 전형적인 북한식 선전전(宣傳戰)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지난해 7월 북한 판문점대표부 대표(리찬복 상장)는 담화를 통해 “정전협정 제60항을 포함한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전보장과 관련한 문제들을 토의하기 위해 쌍방이 합의하는 임의의 장소에서 아무 때나 유엔 대표도 같이 참가하는 조·미 군부 사이의 회담을 진행할 것”을 제의한 바 있다.

정전협정 제60항은 “쌍방이 한 급 높은 정치회의를 소집하고 모든 외국군대의 철수 및 한국문제의 평화적 해결문제들을 협의할 것을 건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쌍방’은 당시 유엔군을 대표한 미군과 북한군을 말한다.

북한의 이 같은 일련의 주장들은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에 명기된 ‘한반도평화체제’ 문제를 미북 양자 중심으로 논의하겠다는 것. 이는 최근 남한의 이명박 정부가 ‘한미동맹 강화’를 강조함에 따라 양국이 밀월관계로의 발전을 사전에 견제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한편, 최근 노동신문에는 구체적인 상황을 제시하지 않은 채 ‘김정일의 발언’이라고 주장하는 회수가 차츰 늘고 있는 배경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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