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신고 검증때 샘플채취 거부할 듯”

북한이 핵신고 검증과 관련해 영변 핵시설 방문은 허용하겠지만 샘플 채취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져, 향후 북핵 폐기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9일 미국의 정통한 외교 전문가의 발언을 인용, “북한은 최근 싱가포르 미북회담에서 미국이 요구해 온 엄격한 검증을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북한은 영변 5MW 원자로와 재처리 시설, 다른 영변 시설에서의 핵샘플 채취를 허용할 용의가 있다는 당초 의사를 거둬들였다”고 전했다.

이 전문가는 “가장 최근 미북회담에서 북측은 핵 전문가들이 향후 검증에서 영변 핵시설을 방문할 수 있어도 핵 샘플 채취는 허용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현재 부시 행정부 관리들은 8월 11일까지 검증 계획서가 마련되지 않더라도 북한을 예정대로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해야 할 지 여부를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고 이 전문가는 전했다.

한편, 북한의 이러한 입장 변화에 대해 게리 새모어 미 외교협회(CFR) 부회장은 “이는 북한이 핵샘플 채취를 허용할 경우 자신들이 신고한 플루토늄 양보다 실제로 더 많은 양을 추출한 것이 탄로 날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핵 샘플 채취를 허용하는 대신 더 많은 보상을 염두에 두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새모어 부회장은 “미국이 이미 북한에 4쪽짜리 검증계획서 초안을 제시했기 때문에 북한이 이를 받아들이기만 하면 (테러지원국 해제 기한인) 8월 11일 이전에 검증계획서 마련이 충분히 가능하다”며 “그러나 8월 11일까지 검증계획서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부시 행정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면 강력한 반발을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미 의회조사국의 래리 닉시 박사는 “미국이 예정대로 테러지원국 해제에 들어가지 않을 경우 영변 핵시설 불능화 작업 중단과 국제원자력기구의 추방, 6자회담 거부 등 북한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며 “지난 18개월간 북측 입장에 수용적 태도를 보여 온 부시 행정부로서는 설령 검증계획서가 8월 11일까지 마련되지 않더라도 예정대로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편, 북한은 이외에도 ‘핵폐기’ 단계인 3단계에 앞서 1~2개의 단계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북한이 핵포기에 이르기까지 ‘시간 끌기 전략’을 구사하려고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북핵 6자회담 우리측 수석대표인 김숙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은 29일 한 세미나에서 “북한은 영변 냉각탑 폭파와 별도로 영변 핵시설 폐기 조치를 하나의 단계라고 주장하며, 이에 대한 상응조치를 원하고 있다”며 “이렇게 하다보면 비핵화 3단계가 아니라 7단계, 8단계까지도 갈 수 있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