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신고서 제출 ‘지체’…배경과 전망

북한의 핵프로그램 신고서 제출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6자회담 프로세스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북핵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는 27∼28일 베이징에서 북한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회동한 뒤 기자들과 만나 “향후 수 주간 기술적인 협의가 있을 것”이라며 그 이후에나 신고서 제출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북핵 신고서는 일러야 6월 중순은 돼야 제출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에는 북.미 수석대표 회동 직후인 6월 초에 제출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우리 정부가 구상했던 6자회담 관련 일정도 줄줄이 뒤로 밀리게 됐다.

정부는 북한이 신고서를 제출(5월 말∼6월 초)하면 1∼2주의 시차를 두고 6자회담을 재개(6월 상반기)한 뒤 곧이어 6자 외무장관회담(6월 하반기)을 연다는 시나리오를 준비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29일 “정부의 구상은 협상이 최상으로 진행됐을 때를 상정한 것”이라며 “특별히 새로운 장애물이 등장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며 핵 신고서가 6월 중순쯤 제출된다면 당초 예상하던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힐 차관보가 언급한 ‘기술적 협의’에 대해 “북한이 제출할 신고서를 바탕으로 검증과 핵폐기 등 남은 과정이 모두 진행된다”면서 “그만큼 중요한 작업이니 최대한 세심하게 준비해 완벽하게 하자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북.미 간에 주로 이뤄질 기술적 협의는 북한이 신고할 핵프로그램의 검증 및 모니터링 메커니즘 구축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는 작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를 비롯한 북.일 간 현안이 다뤄질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북한이 핵프로그램 신고서를 제출하는 시점을 전후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는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

북한과의 추가 협의를 위해 성 김 국무부 한국과장이 다시 북한을 방문하거나 힐 차관보와 김계관 부상이 다시 회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핵 신고서 제출이 6월 중순 이후로 늦어지면 8월까지 핵폐기 로드맵을 수립하고 올해 내에 핵폐기를 완료한다는 큰 그림도 어그러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당장 6자회담 재개 일정을 잡기가 쉽지 않다. 6월 말(G8 외무장관 회담)과 7월 초(G8 정상회담)에 걸쳐 굵직한 외교이벤트가 예정돼 있어 6자회담 재개는 자칫 7월 중순 이후로 밀릴 수도 있다.

외교 당국자는 “G8외무장관 회담이나 G8정상회담과 겹쳐서 6자회담을 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6자회담이 7월 이후에 재개된다면 미국 부시 행정부가 본격적인 레임덕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8월까지 핵폐기 로드맵을 만들어 올 하반기에도 6자회담의 동력을 유지한다는 구상도 물리적으로 현실화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최근까지도 “연내 완전한 비핵화가 목표”라고 말해왔던 힐 차관보도 28일 북.미회동이 끝난 뒤 “연내에 비핵화를 마무리한다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라고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에 따라 임기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부시 행정부가 북핵문제의 목표를 핵프로그램 신고서를 접수하고 검증 및 모니터링 체계를 갖추는 선으로 낮춰 잡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