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신고서 제출…美, 테러국 해제 착수

북한이 당초 핵프로그램 신고 시한을 6개월 넘긴 26일 핵신고서를 북핵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제출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오후 5시(이하 현지시간) 긴급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또 미국이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절차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북한 관리는 이날 오후 2시30분(현지시간) 중국 외교부에 도착해 관련서류를 6자회담 중국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에게 핵신고서를 제출했다.

북한이 이날 중국에 제출한 신고서에는 북한 핵문제의 핵심인 플루토늄과 관련된 사항이 주로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조만간 각국에 회람시킬 신고서는 대략 45∼50쪽 분량으로, 크게 보면 영변 5MW원자로를 비롯한 핵 관련 시설 목록과 플루토늄 추출 및 사용 현황으로 나눌 수 있다고 연합뉴스가 외교 소식통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페이지 수로만 보면 핵 관련 시설에 대한 설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대 관심은 무기급 플루토늄의 추출량으로, 신고서에는 36∼37㎏ 정도로 명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미국의 전문가들이 그동안 추정해 온 양(35∼60㎏)의 범위에 속해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관측보다는 상당히 적어 향후 검증 과정에서 적잖은 논란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핵무기를 제조하는 원료로 쓰이는 플루토늄의 양을 북한이 처음으로 밝혔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면서 “신고 내용이 맞는 지는 철저한 검증을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플루토늄 추출량뿐만 아니라 사용처에 대해서도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2006년 10월에 단행한 핵실험과 핵무기 제조에 쓰인 플루토늄 양이 구체적으로 적시됐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북한은 신고서에 핵무기 개수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핵무기를 만드는데 쓴 플루토늄 양으로 북한이 보유한 대략의 핵무기 개수를 추정할 수 있다.

통상 핵무기 1기를 제조하는데 필요한 플루토늄 양은 6∼8㎏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의 기술 수준에 따라 핵무기 1기를 제조하는데 사용한 플루토늄 양이 달라지겠지만 대략적인 개수는 추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이 신고한 핵시설은 불능화가 진행되고 있는 핵연료봉 공장, 영변 5MW원자로, 재처리시설 등과 함께 핵폐기물 저장소와 핵관련 시설 일체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핵시설의 구체적인 운행기록은 북한이 지난달 10일 방북한 성 김 미 국무부 한국과장에게 이미 건네 신고서에는 따로 담기지 않았다.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과 시리아와의 핵협력 의혹에 대한 사항은 신고서에 포함되지 않았다. 두 가지 사안은 지난 4월 초 싱가포르 북.미 회동에서 중국에 제출하는 정식 신고서에는 포함시키지 않는 대신 북.미 간 비밀문서로만 담기로 양측 간에 합의된 바 있다.

한편, 북한이 핵폐기 의지를 과시하기 위해 벌이는 영변 원자로의 냉각탑 폭파쇼는 27일 오전 11시쯤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쇼’는 남측의 MBC 및 6자 참여국에서 초청된 언론이 참여하며, 미국 CNN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된다.

북한은 냉각탑 폭파쇼에 6자회담 관련국 대표들을 초청하지 않았으나 성 김 미 국무부 한국과장은 북한의 핵신고에 따른 추가 협의를 위해 26일 판문점을 방북해, 폭파쇼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