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보유 당사자간 핵군축 실현해야”

북한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2일 미북간 적대관계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현 조건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려면 “핵무기를 보유한 당사자들이 동시에 핵군축을 실현하는 길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총참모부 대변인은 이날 북한 관영 라디오 방송인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가 북한의 핵폐기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며 한반도 핵검증을 위해서는 남한도 검증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강변했다.

총참모부 대변인의 이날 주장은 지난달 13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미국의 핵위협이 제거되고 남조선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이 없어질 때에 가서는 우리도 핵무기가 필요 없게 될 것”이라며 “이것이 바로 조선반도 비핵화이고 우리의 변함없는 입장”이라고 주장했던 것과 내용적으로 일치한다.

당시 외무성 대변인은 북핵 검증과 관련, “서로 신뢰가 없는 조건에서 9·19공동성명을 이행할 수 있는 기본방도는 ‘행동 대 행동’ 원칙을 준수하는 것이고, 검증문제에서도 이 원칙이 예외로 될 수 없다”며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비핵화가 최종적으로 실현되는 단계에 가서 조선반도 전체에 대한 검증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며 남북한 동시핵사찰을 주장한바 있다.

다만 이날 총참모부 대변인은 “조선반도 전역에 대한 핵검증은 북과 남이 합의한 비핵화 공동선언과 6자가 공동으로 합의해 채택한 9·19공동성명의 부인할 수 없는 원칙적 요구”라고 주장하며 1992년 남북고위급 회담에서 합의한 ‘남북 비핵화 선언’을 언급했다.

1992년 합의된 ‘남북 비핵화 선언’에서는 ▲핵무기의 시험·제조·생산·접수·보유·저장·배비· 사용 금지 ▲핵에너지를 오직 평화적 목적에만 이용 ▲핵재처리시설과 우라늄 농축시설 미 보유 ▲한반도의 비핵화를 검증을 위해 남북핵통제공동위원회의 핵사찰 실시 ▲공동선언의 이행을 위해 1개월 안에 남북핵통제공동위원회를 구성·운영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남북 비핵화 선언’은 결론적으로 북한의 핵재처리시설을 보유와 핵실험 강행으로 1990년대 이후 합의된 남북간 선언 중에 사실상 가장 먼저 파기됐다.

총참모부 대변인이 이날 북측이 먼저 일방 파기한 ‘남북 비핵화 선언’을 언급하고 나온 것은 ‘남한내 미국의 핵무기가 북한 핵개발의 원인’라는 외무성 대변인의 정치공세를 미국 오바마 정부와의 양자협상 테이블까지 이어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풀이된다.

더불어 ‘남측이 먼저 한반도 비핵지대화를 어겼다’는 논리를 기정사실화 함으로써, 역시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반대하고 있는 한국·중국·일본·러시아의 반발에 대한 ‘명분 쌓기’를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이어진다.

총참모부 대변인은 “남조선에서의 핵무기 생산과 반입, 그 배비와 이용, 남조선과 그 주변지역에서 우리에게 가해지는 모든 핵위협에 대한 근원적인 청산을 목표로 하고 있는 조선반도 전역에 대한 비핵화”라며 “미국 핵위협을 청산하기 위한 남핵 폐기가 없는 한 우리의 핵무기를 제거하기 위한 북핵 폐기는 영원히 실현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북한은 이날 북핵문제와 관련한 입장을 외무성 대변인이 아닌 총참모부 대변인을 통해 발표함으로써, 지난달 17일 북한군 총참모부의 ‘대남전면태세 진입’이 단순한 재래식 군사충돌 뿐만 아니라 핵무기를 통한 위기조성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음을 한·미 양국에 동시에 전달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총참모부 대변인은 “전쟁도 평화도 아닌 현 정전상태의 종식을 외면하면서 집요하게 추진하는 반공화국 적대시 정책이 언제 핵전쟁으로 이어질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오늘 교전 상대방(북한)의 핵무기를 제거하려는 것이야 말로 파렴치의 극치”라며 정전(停戰) 협정의 주체인 미국과 정전상황의 당사자인 한국을 동시에 압박하는 수사(修辭)를 구사했다.

한편, 오는 19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릴 북핵 6자회담 산하 동북아평화안보체제 3차 실무그룹회의에서 러시아가 주도하는 ‘동북아 평화안보 기본원칙’ 채택이 논의될 예정이어서, 북한의 ‘핵보유국’ 주장이 어떤 형태로 6자 관련국들에게 표면화 될지 귀추가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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