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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능력을 무시할 경우 북의 군사적 위협을 더 키울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핵군축 회담을 진행하는 것이 현실적인 요구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예상된다.
이정철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7일 세교연구소가 주최한 토론회 발제문을 통해 “(북핵)위협 축소는 오히려 북한의 ‘군사적 모험주의’를 조장하는 것일 수 있고, 그 결과 대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교수는 “미 정보당국의 평가에 관한 보도들은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가 미국의 핵공격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지휘‧통제시스템 시험을 한 것”이라며 “이 시험이 성공적이었으며 북한은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2단계 발사 장거리 미사일 능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의 ‘인사이트 온 더 뉴스’ 보도를 소개하며 “지난 8월에도 북한은 산악지대에 미사일을 배치해놓고 핵실험 피해에 대비한 통제를 실시했다”면서 “북한은 이 훈련에 기초해 미국이 공격하더라도 핵 미사일의 절반가량을 보존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린 것으로 미국이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것이 사실이라면 북한은 의도적으로 미사일 훈련을 과시한 후 핵실험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북한이 먼저 핵실험을 실시했다면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능력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별 우려 없이 북한에 대한 압박과 군사위협을 높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먼저 지휘소 훈련을 통해 (미사일)보복능력을 과시한 후 실행된 핵실험은 북한의 억지력을 최고도로 과시하는 것”이라며 미국의 공격을 억지시키는 효과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또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레드라인을 설정하지 않는 정책(No Red Line Policy)’이자 ‘위협을 무시하는 정책(hawkish neglect)’”이라며 “북한의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그 능력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않는 자체가 위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은)6자회담을 핵군축회담으로서의 4자회담으로 변용하고, 남북 간에는 독자적인 군축회담 틀을 동시에 운용해 동북아 상황을 북한이 주도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북한 핵 보유는 양과 질에서 증대할 것이고, 그 폐기라는 목표는 수사로만 남을 것”이라고 진단했다.“협상이 장기화되면 차라리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고 이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시대에 ‘시체’가 된 비핵화보다는 ‘핵군축’이 더욱 실제적인 요구가 될 것”이라면서 “그것이 차선의 선택이지만 전쟁이라는 최악의 길을 피하는 것이라면 이를 배척함으로써 위기를 자초할 이유는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