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문제 해결 ‘상황관리’ 나서나

북한이 외무성 대변인의 언급을 통해 ’2.13합의’ 이행 의지를 재천명하면서 국제사회의 악화되는 대북압박 분위기에 대한 상황관리에 나섰다.

북한이 ’2.13합의’ 이행 의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은 지난달 13일 외무성 대변인의 기자회견과 리제선 원자력총국장이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에게 보낸 편지에 이어 세번째인 셈이다.

매번 북한은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에 대한 진전상황을 설명하면서 이 문제만 풀리면 합의에 따른 구체적인 이행조치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특히 이번에는 외무성 대변인이 “자금송금이 실현되면 우리는 곧바로 2.13합의에 따르는 핵시설 가동중지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뒤 “미국측과는 핵시설 가동중지 후 단계조치를 심도있게 논의하게 될 것”이라며 핵불능화 단계에 대한 논의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북한이 이처럼 외무성의 공식발표를 통해 BDA문제만 풀리면 ’2.13합의’ 이행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은 BDA 자금의 송금이 금명간 해결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반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자국은행을 통한 제3국 은행으로의 송금이라는 북한의 요청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부는 그동안 이 문제에 개입해온 국무부와 재무부 뿐 아니라 법무부까지 나서 법률적 문제까지 검토하며 송금의 막바지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외무성 대변인도 “BDA에 있는 자금을 제3국에 있는 우리 은행계좌에 송금하기 위한 작업이 현재 진행중에 있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기술적인 문제가 남아 있어 금주 중 BDA자금의 송금이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으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의 언급을 통해 부정적 대북여론을 누그러뜨리려는 노력을 보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미국을 방문해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지면서 납치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해서는 안된다거나 북한이 조만간 ’2.13합의’ 이행에 나서지 않으면 추가제재를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대북압박여론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상황도 북측으로서는 부담이었을 것이다.

외무성 대변인이 아베 총리의 방미 이후 미국 언론들의 부정적 대북보도를 겨냥해 “BDA에 동결됐던 우리 자금송금 문제와 관련해 우리가 계속 요구도수를 높이면서 지연전술을 쓰고 있다는 주장을 들고나와 여론을 오도하고 있다”며 “이러한 주장은 사태의 본질을 왜곡한 당치않은 소리”라고 목소리를 높인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된다.

여기에다 최근 경의선.동해선 열차 시험운행 등으로 남북관계가 호전되고 있는 가운데 남측으로부터 받을 지원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것도 북한으로 하여금 상황관리에 나서게 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남측은 대북식량지원의 전제조건으로 ’2.13합의’ 이행을 걸어 놓았고 열차시험운행으로 북한측이 남쪽에서 지원받게 될 경공업 원자재 8천만달러어치를 받기 위해서도 부정적인 여론 속에서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쪽에서 남북관계가 핵문제 해결보다 앞서 나가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만큼 남측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북측이 2천500만달러라는 BDA자금 전액송금 완료에 목을 매기 보다는 송금이 개시되는 즉시 IAEA 사찰단을 받아들이고 ’2.13합의’ 이행을 위한 조치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BDA자금은 달러 계좌와 유로화 계좌로 분리돼 제3국 은행으로 송금될 가능성이 큰 만큼 한꺼번에 송금이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고 따라서 북한은 송금 개시를 통해 미국의 정치적 의지를 확인하고 송금에 필요한 기술적 장애가 사라졌음을 파악하는 즉시 합의 이행에 나서야만 국제사회로부터 추락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입장에서도 최근 일본 총리의 방미 이후 미국 사회에서 고개들고 있는 대북강경 목소리를 방치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핵불능화 단계에 대한 논의까지 언급하고 나선 점 등을 감안한다면 긍정적인 메시지”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최근 국제사회의 인내심이 조금씩 소진되고 있는 만큼 북한이 보다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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