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문제 언급 ‘잠잠’

북한이 지난달 19일 2단계 4차 6자회담에서 공동성명에 합의하고 20일에는 선(先) 경수로 제공을 요구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발표한 이후 별다른 언급을 내놓지 않고 있어 주목된다.

북한 언론은 미국의 ‘침략위협’ 때문에 국방력을 강화하고 핵억제력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는 그간의 주장을 반복하고는 있지만 핵문제에 관한 구체적인 입장을 피력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25일과 27일 북한 대표들이 유엔총회(10.22)와 제네바군축회의(10.22)에서 한 발언을 소개, 북.미간 신뢰구축이 문제해결의 지름길이고 선 경수로 제공이 신뢰구축을 보여주는 실례가 될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했을 뿐이다.

이 같은 주장은 6자회담 직후 발표된 외무성 대변인 담화의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 외에 남한과 해외동포를 대상으로 발행되는 ‘통일신보’와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가 북한의 선 경수로 요구를 강조하는데 그쳤다.

또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를 촉구하고 미국의 대북인권특사 임명, 한.미합동군사훈련 등을 거론하면서 미국에 신뢰를 보일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대미 비난의 횟수나 강도는 현저하게 줄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북한의 이 같은 태도는 크게 세 가지 이유로 추론해 볼 수 있다.

우선 4차 6자회담 종료 직후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선 경수로 제공이라는 요구를 던져 놓은 만큼 ‘공은 미국으로 넘어갔다’는 입장에서 신중히 지켜보겠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수로 제공이라는 조건을 분명히 해놓고 있는 만큼 미국이 수용여부를 결정해 다음 회담에 가지고 나오면 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핵문제에 대한 추가적인 언급을 삼가고 있다는 것이다.

또 6자회담이 열리지 않고 있지만 북.미간에 뉴욕채널을 통해 의사교환을 하고 있는 만큼 굳이 미국을 비난하지 않겠다는 의도도 내포된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도 4차 6자회담 종료 후 북.미간 접촉이 뉴욕 주재 북한대표부를 통해 여러 차례 이뤄졌다고 밝혔다.

따라서 미국과의 의사소통로가 열려져 있는 만큼 비난을 통해 관계를 악화시키기 보다는 실무적 논의를 진행시킴으로써 북한의 전략적 목표를 확보하는데 주력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6자회담이 완전 종료되지 않았고 11월초 5차회담 개최 등이 예정돼 있는 가운데 대화상대방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한의 대미비난이 ‘6자회담의 막 뒤에서 미국이 북한을 붕괴시키려고 한다’는 논리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 스스로가 대화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는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부 당국자는 “북.미 양쪽 모두 과거처럼 거친 요구나 험담이 오가지 않는 상황”이라며 “4차 6자회담을 통해 양국간에 초보적인 수준이기는 하지만 신뢰가 쌓여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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