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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최고인민회의 현직 대의원 P씨(72)가 최근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들어와 관계기관의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북한 핵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진위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월간조선 8월호에 따르면, 북한의 군수경제를 총괄하고 있는 제2경제위원회 산하 해양공업연구소의 연구원으로 재직했던 P씨는 “북한은 4kg의 플루토늄을 가지고 1t짜리 핵무기를 제조했다”면서 “북한 과학자들은 김정일에게 핵무기가 정상적인 성능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했으나, 실제 제조한 핵무기의 성능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고 증언했다고 한다.
P씨는 또 “북한은 대형 핵무기 성능에 대해서는 실전에서 과연 터질지 자신감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최근에 5백kg으로 소형화된 핵무기를 제조 중”이라고 증언했다고 이 잡지는 보도했다.
P씨의 증언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북한 핵 능력이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다는 것을 의미해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4kg 플루토늄으로 무게 1t의 핵무기 제조에 성공했다면, 이것은 북한 핵 능력이 미사일 탑재가 가능한 수준으로 향상됐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북한 핵탄두 탑재 가능 미사일, 97년부터 실전 배치
북한은 1t 미만의 경량화된 핵 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노동, 스커드 미사일을 다량 보유하고 있다. 북한은 1993년 사거리 1,300km의 노동 1호 발사 실험을 실시했고, 97년부터 실전 배치하기 시작했다.
지난 2002년 파키스탄이 북한으로부터 관련 기술을 받아들여 실험 발사에 성공한 가우리 미사일도 1t 가량의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올초 세종연구소에서 펴낸 『국가전략 2005년 봄호』 에서 북한 핵기술이 초급 기술인 경우 4kg의 플루토늄 양을 가진 1t짜리 핵무기의 위력은 5kt(TNT 5000t에 해당)이며, 중급 기술일 때는 20kt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졌던 폭탄은 약 15kt의 위력을 가졌던 것으로 도시의 60%를 파괴하고 5백m 이내에 있는 모든 생명체를 파괴시켰다.
“실전폭발 여부로 핵무기 경량화” 발언, 납득 힘들어
국정원은 지난 2월 국회 정보위 보고에서 북한이 조잡한 수준의 핵무기 1∼2개를 보유했을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 미사일 탑재가 가능한 소형화∙경량화 단계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미 정보기관과 핵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미사일에 탑재 가능한 훨씬 정교한 핵장치를 개발하고 있다고 경고해왔다.
그러나 P씨가 “북한은 대형 핵무기가 터질지 자신감을 가지고 있지 못해서 500kg으로 소형화된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증언한 데 대해서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산하기관 연구원은 “증언의 앞 뒤 맥락을 더 따져봐야 알겠지만,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핵무기를 소형화 할수록 더욱 정교한 핵장치가 필요하다”면서 “실전에서 터질 것이냐의 여부는 경량화와 무관하다”고 말했다.
서울대학교 원자력 정책센터 강정민 박사는 “북한이 기폭실험을 수 차례 실시했기 때문에 관련 기술은 많이 향상됐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소형화 시키면 위력은 작아지지만 탄도 미사일 탑재가 가능해 주변국에 대한 핵무기 위협수준은 높아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그런(5백kg급 소형화) 기술을 보유했는지 여부는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