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무기보유 주장 강화 노림수

북한이 6자회담 복귀의사를 시사한 것과는 별도로 회담 재개시 가장 큰 걸림돌로 예상되는 핵무기 보유국 주장의 톤을 높이고 있어 그 의도가 주목된다.

북한이 8일 김계관 외무성 부상의 미국 ABC방송과의 평양 현지인터뷰를 통해 현재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추가로 제조하고 있다고 새삼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 주장은 지난 2월10일 외무성 성명 이후 일관된 것으로, 지난 3월31일에는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아예 6자회담을 핵군축회담으로 전환하자고 까지 했으며 지금도 관영매체를 통해 같은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달 13일 첫 만남 이후 3주만인 지난 6일 두번째 뉴욕 접촉에서 회담 개최 날짜를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6자회담에 복귀하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한 바 있는 북한이 그 것도 6자회담의 수석대표인 김계관 부상을 내세워 핵무기 추가 제조 주장을 하고 나선 것은 뭔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정부는 특히 좀처럼 외신의 방북 보도를 허용하지 않는 북한이 이례적으로 ABC방송을 평양으로 초청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뭔가 노림수가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북한이 6자회담 문턱에 한 발을 걸치고, 본격적인 협상에 앞선 ‘블러핑’(bluffing)을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핵무기 보유와 추가제조라는 ‘엄포’를 기정사실화해 6자회담에서 더 많은 실리를 챙기려는 의도가 배어있다는 것이다.

6일 뉴욕접촉에서도 북한은 ‘완급’을 조절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그 자리에서 기존과 마찬가지로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해달라는 요구를 반복하면서도, ‘6자회담의 핵군축회담으로의 전환’ 주장은 하지 않았다고 아사히(朝日) 신문이 8일 보도했다.

핵군축회담 자체가 6자회담의 존재의미를 부정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6자회담이 무산될 수 있는 만큼 거기까지 전선을 확대하지 않으면서 기존의 핵무기보유 주장을 고수한 셈이다.

문제는 한미 양국과 그 이외의 중국, 일본, 러시아 등 6자회담 참가국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이다.

이와관련,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제시하고 있는 장애가 극복할 만한 것인 지 아닌 지가 중요하다”고 말해, 북한의 주장한 대한 면밀한 검토가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를 두고 한.미.일.중.러 5개국도 각각의 처지에 따라 견해차를 보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과 일본의 강온파 간에는 분명한 입장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핵무기 보유 주장이 국제사회의 공약인 한반도 비핵화에 역행한다는 점을 누구 보다도 잘 아는 북한이 이를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그에 대해 북핵 전문가들은 6자회담이 지속되거나, 아니면 깨지더라도 이 주장이 협상의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북한은 자국이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받으면 6자회담과는 별도로 북미 양자 회담 개최도 가능할 뿐더러 기존 틀대로 6자회담이 열려도 종전보다 더 큰 비중의 북미접촉이 열릴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해석이다.

특히 6자회담이 재개된다고 하더라도 핵무기 보유국 인정과 관련, 북한이 단순한 주장이 아닌 의제로 삼자고 정색하고 나올 경우 상황은 심각해진다.

나머지 5개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태세이기 때문에 회담 ‘공전’은 불가피하며 실질적인 진전은 기대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럴 경우 4차회담이 열린다고 하더라도 단발성에 그칠 공산이 크다.

정부는 그러나 북한이 핵무기 보유국 인정 주장을 강하게 밀어부칠 만큼 현재 의 상황이 북한 측에 유리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최대 우방인 중국도 과거와는 달리 ‘무형의 제재도 할 수 있다’며 핵실험 강행시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고 6자회담 중단 1년이 되는 6월이 아무런 성과없이 지나게 될 경우 국제사회에서 ‘대화’ 이외의 ‘다른 수단’ 논의 요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직면한 식량난도 큰 변수로 북한이 ‘버티기’를 지속해 국제사회가 식량지원을 외면하게 되면 90년대 중반의 기근이 재연될 수도 있어 북한이 ‘섣부른’ 판단을 할 수 없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