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무기보유 선언 1년…북핵교착 여전

북한이 핵무기 보유선언을 한 지 10일로 꼭 1년을 맞는다.

지난 해 2월10일 북한의 난데없는 핵무기 보유선언으로 북미 대립은 한동안 지속됐으며 6월 워싱턴 한미정상회담과 ‘정동영-김정일 평양면담’을 통한 반전, 그리고 7월 제4차 6자회담 개막과 9월 ‘공동성명’ 채택으로 북핵해결 논의가 탄력을 받는 듯 했으나 그 후 불거진 위폐공방으로 차기 북핵 6자회담은 수개월째 열리지 못하고 있다.

의제 이외의 사안인 위폐 공방이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담은 ‘9.19 공동성명’의 이행방안 논의를 가로 막고 있는 것이다.
현재로선 언제 교착이 해소돼 차기 회담으로 이어질 지 점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회담 모멘텀을 유지하느냐 그렇지 않고 회담 무용론으로 치닫느냐의 분기점으로 여겨지고 있는 2월 개최의 가능성도 점차 희미해져가는 분위기다.

다보스 포럼 참석과 유럽, 아프리카 순방 등 장기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이 7일 “중국이 구체적 날짜를 못박지는 않은 채 2월중 회담 재개를 제안했지만 현재까지 북측의 반응이 없다”면서 “2월 중 개최에 대해서 확답을 드릴 수 없다”고 밝힌데서도 그 같은 분위기는 묻어난다.

관건은 위폐 문제로, 북한은 이를 6자회담과 연계시켜 전자에 진전이 있어야 후자가 가능하다는 조건을 걸고 있으나 카운터 파트인 미국은 불법 행위인 위폐와 6자회담은 별개라며 6자회담 우선 개최를 주장하고 있다.

특히 북한이 지난 달 18일 미.북.중 6자회담 수석대표간 베이징(北京) 회동에서 돈세탁에 대한 국제기준 준수 의지를 시사해 진전의 기미가 보이기는 했지만, 그 이상의 진전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고 있다.

북한은 국제기준 준수 메시지라는 애드벌룬을 띄워 미 행정부의 ‘화답’을 기대하고 있으나 미측은 계속해서 ‘말’이 아닌 ‘행동’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행정부는 북한이 마약밀매와 무기거래, 위폐 제조.유통 방지를 위한 유엔마약협약, 테러자금조달억제협약, 반부패협약 등의 국제협약에 가입하는 등의 행동을 취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미 국무부 관계자가 최근 연합뉴스 기자에게 한성렬 유엔주재 북한 차석대사가 위폐제조에 관한 자료를 제공하면 관련자를 처벌하겠다고 밝혔다는 보도와 관련, “북한이 어떤 조치를 취하는 지 지켜보겠다”고 말한 데서도 말이 아닌 행동을 요구하는 미 행정부의 입장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미 여러 채널을 통해 북한의 달러위조 혐의에 대해 ‘확증’을 갖고 있다며 발 언의 수위를 높여온 미 행정부는 불법행위 단죄와 그와 관련된 금융제재 조치는 조 지 W. 부시 대통령의 의지라고 밝히는 등 양보할 수 없는 초강수를 둔 상태다.

위폐문제는 자국 경제와 안보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대범죄로 보고 있으며, 근본적인 해결 이외의 대안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사실 작년 ‘9.19 공동성명’으로 북한이 얻을 수 있는 최대치를 얻었다면 그와는 반대로 미 행정부는 경수로 제공 논의를 명기하는 등 불리한 합의를 했다는 이유로 자국내 대북 강경세력으로부터 강한 반발에 직면해야 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이다.

그러나 그 후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BDA) 사건으로 촉발된 북한 위폐문제는 상황을 반전시켜 이번에는 북한을 궁지로 몰았으며 미 행정부에게는 공세의 기회를 줬다.

특히 북한은 이 사건에 당국이 위폐 제조 및 유통에 개입한 것으로 몰릴 경우 국가 신인도 하락은 물론 해외 자금줄 차단으로 이어져 국가적 위기로 몰릴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해 보인다.

이런 탓에 상대적으로 미 행정부는 위폐문제가 북한을 압박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내린 듯 하다.

미 행정부가 BDA사건에 대해 쉽게 결론을 내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달 16∼21일 마카오와 홍콩에서 현지조사를 마친 미 재무
부 금융범죄단속반이 한국과 일본을 거쳐 귀국한 지 2주가 지났는 데도 미 행정부가 종합적인 판단을 내리지 않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 사건과 관련, 실질적인 조사 주체인 중국 당국은 현재까지 불법행위가 아닌 북한의 규정위반 몇 건이 있는 것으로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일단 BDA 사건에 대한 미 행정부의 판단이 나와야 차후의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며 “현재로선 말 그대로 ‘정중동’(靜中動) 그 자체로 물밑협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현재 상황을 전했다.

정부는 특히 BDA 사건이 기본적으로 북-중-미 3국이 직접 연관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중국의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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