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무기보유’ 논란..정부입장은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미국 정부 당국자들의 발언과 보고서가 잇따르면서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이 주목된다.

한.미 양국은 모두 공식적으로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최근 미국 새 행정부 출범과 맞물려 북핵 문제에 대한 미국의 평가와 입장이 미묘한 변화를 보이면서 정책의 변화로 연결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 정부의 이 같은 ‘북한 핵무기보유 기정사실화’ 움직임이 그동안 외교장관이나 국방장관, 합참의장 등 한국 외교.안보 책임자들의 국회 발언에서 드러난 정부의 평가와 괴리가 있는 것으로 보여 한.미간 의견조율에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도 야기시키고 있다.

그러나 외교 당국자들은 이에 대해 최근 미국에서 나오는 북핵 관련 발언과 보고서의 내용이 표현상의 차이일 뿐 미 정부의 정책 변화를 의미하거나 새로운 것은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 당국자는 13일 “부시 행정부 시절 체결됐던 ‘9.19 공동성명’도 ‘북한의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계획 포기’를 규정하고 있다”면서 ‘핵무기’라는 표현 자체가 전혀 새로운 게 아님을 강조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시금석이라고 평가되는 2005년 ‘9.19 공동성명’은 실제 첫 번째 합의사항으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계획을 포기할 것…(중략)…을 공약하였다’고 기술하고 있다.

유명환 외교장관도 최근 내외신브리핑에서 “보고서를 작성할 때나 말할 때의 상황에 따라 (핵장치, 핵무기 등) 여러 가지 용어를 쓸 수 있는데 중요한 것은 그렇게 쓴 사람들이 어떤 정책적인 함의를 머리에 두고 그런 표현을 한 것은 아니다(라는 점)”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요한 것은 북한의 핵 능력에 관해서는 정보공유를 통해 미국이 아는 정보나 우리가 아는 정보가 거의 비슷하다는 것”이라면서 “새로운 정보가 있어서나 어떤 정책의 변화가 있어서 그런 용어를 쓴 것이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유 장관은 또 “북한이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얻으려고 하는 뒤에는 숨은 의도가 있다”면서 “의미 없이 쓴 용어에 너무 정책적인 의미를 강조하다 보면 북한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해 주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선중앙통신을 비롯한 북한 언론들은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이라고 명시한 미 정부 당국자의 발언이나 보고서를 관심있게 보도하고 있어 유 장관의 이 같은 분석에 무게를 싣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근 계속되는 미 정부 관료들의 발언과 보고서가 미국의 정책목표가 ‘북핵 폐기’에서 ‘북핵 관리’로 즉, 비핵화에서 비확산으로 바뀌는 방증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국과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비핵화와 비확산은 어느 하나를 양자택일할 수 없는 중요한 목표이자 수단으로, 북핵 정책 목표가 비핵화에서 비확산으로 전환된다는 것 자체가 별반 의미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북핵 현안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비핵화와 비확산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안정과 평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것”이라며 “비핵화와 비확산은 불가분의 관계로, ‘한반도.동북아 평화’라는 장기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의 목표와 수단은 대상의 수준에 따라 서로 바뀔 수도 있다”면서도 “미국의 입장에서 글로벌 차원에서 비확산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반도와 동북아라는 지역적 차원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포기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미국이 만일 세계전략에 따라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정식 인정하고 정책 목표를 비핵화에서 비확산으로 전환한다면 9.19 공동성명을 비롯한 그동안의 6자간 합의사항 자체를 폐기하는 것은 물론 6자회담 틀 자체도 해체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그 가능성이 지극히 낮다고 지적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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