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무기가 ‘민족의 자산’이라?

서울 청량리의 한 교회에 다니는 나는 얼마 전 놀라운 사실을 접했다. 점심식사를 하고 교인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내가 북한출신이라는 것을 알고 누군가 “북한에 있을 때 핵을 알고 있었는가”라고 물었다. 북한이 외무성 핵보유 성명을 발표한 얼마 후였다.

교인들은 북한 핵에 대한 자기들의 생각을 터놓았다. 논쟁은 갑론을박을 거듭하며 두 가지로 모아졌는데, 한 가지는 ‘북한이 핵을 가지면 안 된다’는 주장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북한이 핵을 만든 건 잘한 일’이라는 주장이었다.

나는 북한에 있을 때도 핵 소리를 많이 들어왔던 터라, 남한에 와서도 그 소리를 들으니 끝이 안 보이는 핵 마라톤 연장선에서 남한 주민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했다.

나는 “무엇 때문에 북한에 핵이 필요한가?”라고 물어 보았다. 그러자 한 교인은 “다른 나라들도 갖고 있는데 북한이 갖고 있으면, 우리가 안 만들어도 훗날(통일이 되면) 우리 것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나는 재차 “북한의 핵무기의 용도가 어디에 있을 것 같은가?”라고 물었다. 그는 “그거야 미국이 핵을 가지고 있으니까, 아마 미국에 쓰겠지”라고 대답했다. 그는 또 “남과 북은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 남한에는 안 쓴다”고 했다.

북한 핵은 김정일 독재체제 보호용

물론 김정일 스스로 핵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다. 김정일이 핵무기를 사용하면 자신이 먼저 죽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에 핵을 쓸 것이다, 핵을 갖고 있으면 나중에 우리 것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남한 사람들이 김정일 정권을 몰라도 이렇게 모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김정일은 왜 개혁개방 하지 않고 3백만 주민들을 그냥 앉아서 죽게 만들었나? 자기를 하느님처럼 떠받드는 주민들을 굶겨 죽이면서까지 만든 것이 바로 그 핵무기다. 자기 주민 수백만을 굶어죽게 만들어 놓고도 눈썹 하나 까딱 하지 않는 김정일이 남한 사람들이 ‘같은 민족’이라고 어여쁘게 봐줄까?

북한의 핵은 오로지 김정일이 자신의 독재체제 보장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 김정일이 미국으로부터 남북한을 방어하려고 만든 게 아니다. 수백만의 북한 주민들을 굶겨 죽이면서도 핵을 포기하지 않은 근본원인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북한이라는 자신의 ‘전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핵무기는 북한 주민에게 필요한 것도 아니고 북한 주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 오로지 김정일 개인독재체제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남한 사람들은 왜 이리도 모를까. 지금 북한 주민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먹고살기 위한 개혁개방이지, 핵무기가 아닌 것이다. 핵무기로 주민들이 국을 끓여 먹을 수 있나, 밥을 지어 먹을 수 있나. 주민들이 왜 핵무기가 필요하겠는가 말이다.

인민군 죽는 것, 김정일 관심도 없어

그럼 김정일의 핵의 용도는 무엇일까. 김정일은 핵을 이용하여 남한을 핵인질로 잡고 ‘대가’를 받아내려고 하는 것이다.

김정일의 개인 요리사를 지낸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 씨의 말에 의하면 “김정일은 전쟁이 나면 인민군 30만~35만 명이 희생되겠지만 그래도 최후의 승리는 우리의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말은 한반도에서 핵전쟁을 염두에 두고 한 소리이다. 그래도 ‘체제만 굳건하면’ 그만한 군대의 죽음은 ‘새 발의 피’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바로 김정일이다.

오직 자기만 생각하고 민족의 운명을 아랑곳하지 않는 김정일이 자신의 목숨이 위급할 때 남한에 핵공갈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김정일의 핵은 폐기되어야 할 대상이지, 훗날 통일 되면 ‘우리 것’이 될 대상이 아니다. 김정일의 핵이 나중에 ‘민족의 자산’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한마디로 몽상이다.

한영진 기자(평양출신 2002년 입국) hyj@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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