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모험, 중국의 레드라인 넘나

북한이 또 일련의 지하 핵실험 실시 계획을 중국에 통보했고 실제로 2차 핵실험 준비 징후가 포착됐다는 미국측 보도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북한의 이런 핵모험이 어디까지 갈 것으로 보고,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을까.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17일 베이징에서 오기 치카게(扇千景) 일본 중의원 의장과 면담한 자리에서 북한 핵실험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까지 나온 중국의 반응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최고지도자의 직접적인 최근 언급이라는 점에서 다시 음미할 만한 가치가 있다.

일본 교도통신 등이 보도한 오기 의장의 전언에 따르면, 후 주석은 중국이 여러 채널로 북한에 핵실험을 하지 말도록 촉구했으나 북한은 말을 듣지 않았다면서 ‘내부 루트’를 통해 북한에 정세를 악화시킬 수 있는 일체의 행동을 삼가고 6자회담으로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고 말했다.

후 주석은 이어 “우리는 북한으로 하여금 핵실험에 대한 국제사회의 강렬한 반응을 깨닫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이와 동시에 관련 각국이 이 문제를 냉정한 태도로 처리해 정세가 격화돼 통제 불능의 상태가 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는 몹시 나지만 일단 참고 앞으로 하는 것을 두고 보자”는 뉘앙스가 담긴 후 주석의 언급으로 미루어 중국이 공식.비공식 경로로 계속 핵실험을 하지 말도록 만류, 설득해오고 있으나, 제2차 핵실험에 관한 미국 언론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북한은 중국의 정세 완화 노력에 또 한번 찬 물을 끼얹는 셈이다.

이에 따라 관심의 초점은 지난 9일의 북한 핵실험 이후 강력한 불만과 분노의 뜻을 표시하면서도 일관해서 관련 국가들의 ‘냉정한 대처’를 촉구해 온 중국이 북한의 추가 핵실험이나 더욱 발전된 핵무기 개발시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가에 모아지고 있다.

중국은 ‘핵무기를 가진 북한’의 존재가 한반도 및 동북아의 평화.안정에 커다란 위협을 가해 이 지역의 정세가 중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을 크게 우려, 한반도 비핵화와 핵확산 방지에 중요한 전략 목표의 하나로 삼고 있다.

북한의 핵이 자국의 지속적인 경제.사회 발전은 물론 이제 막 제4세대 지도부의 통치이념으로 자리잡은 ‘사회주의 조화사회’ 건설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안정된 주변환경’을 뒤흔들 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 등의 핵무장을 부추기게 될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중국은 특히 천수이볜(陳水扁) 총통 정부가 공공연하게 헌법 개정을 통한 독립 행보를 보이고 있는 대만까지 핵무장을 하겠다고 나설 경우 ‘통일대업’을 실현이 어렵게 된다는 점에 더욱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핵확산 방지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북핵 문제 해결의 가장 좋은, 현실적수단이라는 6자회담에 여전히 집착하면서 회담의 조속한 재개에 외교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은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자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무한정 ‘냉정한 대처’로 일관할 수 없는 상황의 발생을 상정하지 않고 있을 리가 없다는 것이 베이징 관측통들의 일치된 견해다.

먼저 북한이 핵 실력을 과시하고 핵 보유국의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그리고 북.미 양자회담이 열리거나 조건이 갖춰져 6자회담에 복귀하게 될 때 협상력 제고를 위해 몇 차례의 추가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중국측도 각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와 경고에도 아랑곳없이 추가로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그 동안의 경과로 미루어 보아, 중국이 지금보다 훨씬 어려운 또 한 차례의 선택을 강요받게 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핵확산 방지라는, 국제사회에서 공동으로 인정되고 있는 대의명분에 비추어 보아도 중국의 대북 제재 완화 노력이나 ‘냉정한 대처’ 주장이 더 이상 설득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베이징의 일부 관측통들 사이에서는 핵실험 이후의 상황 전개와 향후 전망 등을 토대로 중국이 북한에 대해 “이번이 마지막 기회이니 6자회담에 복귀해 국제사회로 나오라”는 메시지를 주고자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중국은 북한이 어차피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다고 판단, 국가의 존망을 걸고 추가 핵실험에 이어 핵미사일 발사, 수소폭탄 개발 등으로 더욱 폭발적인 핵모험을 감행하게 되면 미국 등이 무력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지금처럼 미국 등의 무력행동을 반해할 경우 유일하게 북한에 군사동맹 의무를 지고 있는 중국이 미국과 군사적으로 대결하는 국면으로 격화될 수도 있어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정세는 물론 전 세계적인 위기가 초래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은 대만문제, 한.중-일본 역사문제 등과 함께 그 배후에서 중국과 미국을 전략적으로 충돌하게 만들고 있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인내의 한계선을 설정, 단계적으로 북한에 압박과 회유를 병행하면서 6자회담 재개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형국이다.

중국이 인내할 수 있는 한계선이 무엇인지를 확인할 방법은 없으나 중국의 ‘레드 라인’이 북한의 추가 핵실험은 아니고 핵미사일 발사가 아닐까 하는 추정도 있어 북한이 이 선을 넘을 경우 양국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게 될 것이 분명하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현 상황이 어떤 형태로든 진정되더라도 중국은 자국의 국가 이익을 최우선에 둔 다음 북한과의 친선우호관계를 고려하게 될 것이며 양국의 공동이익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해 상충부분이 무엇인지 등의 공개화 과정을 거치면서 어느 정도 균열이 생기는 것을 감수할 것이라는 점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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