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능력 제고후 대미협상 새판시도 전략

북한은 29일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의장성명과 3개기업 제재를 구실로 기존 플루토늄 핵무기, 고농축우라늄(HEU)프로그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사용가능한 모든 카드를 꺼내놓았다.

북한이 “6자회담 절대 불참”을 거듭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이러한 행동은 새로운 협상판을 통한 보다 근원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을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장용석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북한은 자기들의 최대치를 보여준 다음에 그 기반에서 협상을 하려는 것 같다”며 “북한이 과거 미국과 단계별 협상을 진행해본 결과 별로 효과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북한은 당분간 세가지 카드와 관련된 자신들의 능력을 과시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여 1990년대 초반 1차 북핵위기, 2000년대 초반 2차 북핵위기에 이어 3차 북핵위기 발발 가능성이 우려되며, 특히 이번엔 핵문제 뿐 아니라 미사일과 HEU문제까지 포함된 복합위기화할 전망이다.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도 대북 접근 방식에서 큰 변화를 보이지 않는 상황인 만큼 북한은 종래 틀에 따른 협상보다는 `판 돈’을 키우는 데 우선 힘을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북한은 폐연료봉 재처리를 시작, 플루토늄 재고량을 늘리면서 2006년 10월 기술적으로 미비했던 것으로 평가된 핵실험을 추가로 실시하기 위한 가시적인 행동들을 취해나갈 가능성이 크다.

대외적으로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24일 기사에서 2006년 7월 북한이 중.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후 유엔 안보리가 대북 결의안을 채택하자 3개월만인 그해 10월 지하 핵시험을 실시한 사실을 거듭 상기시키며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이 압박하면 할수록 조선은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더욱 더 확고한 것으로 다져 나갈 것”이라고 제2차 핵실험 가능성을 시사했다.

북한은 이와 함께 지난 5일 발사한 장거리 로켓의 “성공적 발사”라는 주장을 토대로, 이제는 공공연히 ICBM 능력을 과시하면서 미사일 발사시험 움직임도 취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남북협력팀장은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로켓은 1단과 2단이 정상 작동함으로써 단 분리와 엔진제작, 추력조절, 자세제어 등의 문제를 대부분 해결한 것을 보여줬다”며 “2단과 3단의 개량을 통해 성능이 우수한 로켓을 제작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여기에다 북한은 경수로발전소 자체 개발과 이에 필요한 핵연료의 자체 확보를 명분으로 2002년 제2차 북핵 위기의 원인이었던 HEU프로그램의 개발을 추진하는 언행을 노출시킬 것이다.

북한은 경수로 가동에 저농축우라늄 기술이 있어야 하는 점을 활용, 핵의 `평화적’ 이용권을 주장하면서 농축기술을 본격 추구하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북한이 이처럼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담은 `종합위협세트’로 국제사회, 특히 미국을 압박하고 나선 것에 대해 장용석 실장은 “6자회담의 차원을 넘어 새 판을 짜고 협상의 틀도 바꾸겠다는 것”이라며 “핵보유국으로서 지위를 공고히 한 뒤 회담 참여국의 문제 정도가 아닌 질적으로 새로운 협상을 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북한의 성명으로 볼 때 미국의 스티븐 보즈워스 북한정책 특별대표 수준이 아니라 더욱 고위급에서 포괄적인 접촉이 이뤄져야만 북한의 행동을 멈출 수 있을 것”이라며 “협상의 형식에선 고위급으로, 내용에선 보다 포괄적으로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은 이번 성명에서 `유엔 안보리의 사과’라는 실현 가능성이 없는 전제조건을 내세움으로써 지금까지 해온 각종 위협의 행동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미국 등으로부터 극적인 계기가 제공되지 않는 한 북한은 폐연료봉 재처리→영변 핵시설 재가동이후 2차 핵실험, 우라늄 농축 본격화, ICBM시험발사 등의 초강수들을 통해 자신들의 존재감을 과시해 나가는 길을 밟을 전망이다.

북한이 이렇게 모든 패를 한꺼번에 까버리는 ‘무리수’를 두는 것엔 대내외적으로 처한 여건으로 인한 `전략적 초조감’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작년 8월 뇌혈관계 질환으로 쓰러져 건강이 불안한 상황에서, 셋째 아들인 정운을 후계자로 하는 후계구도를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고, 내외에 선언한 `2012년 강성대국 진입’이라는 목표를 실현해야 하는 압박감도 존재한다.

김연철 소장은 “북한이 이번처럼 자신들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카드를 꺼내는 극단적 방식으로 위협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후계구도와 강성대국 건설 등 내부 필요성을 반영한 것 같다”고 보고 “앞으로 북한의 위협은 매우 신속하고 강도높은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특히 일각에선 최근 북한의 강경모드를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인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등 군부가 주도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