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군축 회담 거론 배경

북한이 13개월만에 재개된 6자회담에서 핵군축 회담 문제를 거론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18일 6자회담 1차 전체회의 수석대표 연설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며 북한의 최종목표라면서, 다만 조건이 성숙되지 않은 현 단계에서 핵무기 문제 논의를 하고자 할 경우 핵 군축회담 진행 요구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조건이 성숙돼야 현존 핵 프로그램 포기를 논의할 수 있다면서 ▲미국 내 대북 적대시 법률적.제도적 장치 철폐 ▲유엔제재 등 모든 제재 해제 ▲경수로 제공과 완공시까지 대체에너지 공급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이번 회담에서 핵 군축 회담 문제를 거론하고 나선 것은 회담 자체를 핵 군축 회담으로 끌고 가겠다는 의도라기 보다는 북한의 회담 입지를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북한 입장에서 볼 때 미국이 인정하던 안 하던 이미 ‘핵 보유국’인 만큼 핵 폐기 과정에서 그에 합당한 보상을 받아 내겠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나아가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해서는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 근원인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가증되는 미국의 핵위협을 청산하고 북한과 유관국 사이에 신뢰관계가 수립돼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 미국과 수직적 관계가 아니라 수평적 관계에서 핵문제를 풀어 나가야 한다는 점도 지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김 부상이 ‘조건이 성숙되지 않은 현 단계’라고 전제를 한 데다 미국에 대해 ‘요구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도 북한 기조연설에 대해 “회담 개시국면에 자기들에게 유리한 방법으로 최대치를 가장 강한 방법으로 요구하는 것이 북한의 협상방식이며 오늘도 그대로 나왔다고 보면 된다”고 평가했다.

북한의 군축회담 언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며 그동안 여러 차례 거론해왔다.

북한 외무성은 6자회담 무기한 불참과 핵무기 보유를 전격 선언한 ‘2.10 성명’한 달 후인 지난해 3월 “이제는 6자회담에서 동결과 보상과 같은 주고받기 식의 문제를 논할 시기는 지나갔다”며 “우리가 당당한 핵무기 보유국이 된 지금에 와서 6자회담은 마땅히 참가국들이 평등한 자세에서 문제를 푸는 군축회담으로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북한은 핵 실험 후 공개적으로 핵 군축 회담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6자회담 재개를 앞두고 러시아의 유력통신사들을 통해 미국의 한국 내 핵무기 배치를 거듭 주장하는 등 공세를 편 바 있다.

어쨌든 북한이 6자회담을 핵 군축 회담화 하려 할 경우 난관이 조성될 것은 분명하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은 “군축회담이라는 표현 자체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며 “핵무기를 보유했으니 폐기 과정에서 ‘완벽한 조건’을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