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관련 물품 조달총책은 윤호진”

북한의 제2차 핵위기가 불거졌던 지난 2002년을 전후해 독일과 러시아로부터 우라늄농축에 사용될 수 있는 알루미늄관 등의 전방위 조달 책임을 맡았던 인물은 윤호진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핵군축 싱크탱크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의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은 최근 발간한 `위험 행상(Peddling Peril)’이라는 저서에서 북한 핵개발 및 핵확산 시도의 핵심 인물로 윤호진 남천강 무역회사 대표를 지목했다.


윤호진은 지난해 7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위원회가 발표한 제재대상 개인 5명에 포함됐으나, 당시 그의 행적과 활동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정보가 제공되지 않아 정확한 실체가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이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윤호진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북한을 대표하던 외교관으로, 1992년과 1993년 영변 1차 핵위기 당시 주목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윤호진은 1993년 IAEA 이사회에서 영변 핵시설이 위장돼 있음을 입증하는 위성사진을 사찰관들이 결정적인 증거로 제시하자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 채 “IAEA가 조작된 사진을 갖고 불법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윤호진은 1990년대 중반 IAEA 본부가 있던 오스트리아 빈을 떠났으며, 이후 정확한 시점은 알 수 없으나 남천강 국영 무역회사에서 독일 등 유럽국가에서 핵관련 부품 등을 조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는 서방의 정보감시망에 덜 포착되는 편이었지만, 독일의 핵심적인 거래선에 편지를 보내 “특정한 사안에 대해서는 서신이 더 믿을만하기 때문에 전화 대신 서한을 보내겠다”고 통보할 정도로 용의주도한 면모를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2년 9월 독일 무역회사인 옵트로닉에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P2형) 4천대를 만들 수 있는 알루미늄관 220t을 주문했으며, 북한이 비슷한 시기에 러시아에서 알루미늄관 150t(운심분리기 2천700대 제작 분량)을 성공적으로 구입하는 과정에도 중개역을 맡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윤호진은 2002년에는 시리아의 아키바르에 건설될 가스냉각식 원자로에 들어갈 부품을 유럽에서 조달하기 위한 활동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독일 정부는 윤호진이 대표로 있던 남천강이 시리아와 관련된 부품조달에 나서고 있는지는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지만, 이전부터 남천강의 `수상한 거래’를 주목해 왔기 때문에 민감한 장비를 제작하는 독일 기업에 대해 `남천강 주의령’을 은밀히 발동해 놨던 상태였다.


윤호진은 2003년 독일 정부가 자신의 비즈니스 행태에 대해 경계심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독일에서 사라졌다.


남천강은 지난해 유엔 안보리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과의 무역활동에서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고 올브라이트 소장은 전했다.


이와 관련, 남천강의 활동을 면밀히 주시해온 유럽의 정보당국 관리는 중국이 남천강을 저지하지 못하고 있는데 대해 실망감을 표시했다.


이밖에 올브라이트 소장은 남천강 혹은 이 회사와 관련된 인물들이 미얀마에서 활동하고 있을 수 있다며, 북한과 미얀마 사이의 핵 및 미사일 협력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한 북한은 시리아의 원자로 건설 지원뿐만 아니라 미사일 부품과 기술도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미 정보당국은 파악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실제 북-시리아의 핵커넥션은 미사일 거래에서 파생된 것이라고 지적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