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프로그램 검증체계 구축을 놓고 한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경수로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고 21일(현지시각)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전했다.
방송은 이날 최근 여러 명의 북한관리들과 접촉했다는 미국의 정통한 외교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북한 관리들은 핵검증 협상과 관련해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도 그와 동시에 경수로 제공과 관련해 미국의 확약이 없는 데 대해서 불만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전문가는 “현재 미국 측은 대북 경수로 문제에 대해 일부러 일언반구도 않고 있지만 북한 관리들을 만날 때마다 지금도 반드시 경수로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면서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경수로 제공과 관련해 어떤 식으로든 담보를 원하고 있지만, 부시 행정부로선 정치적으로 들어주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6자회담 참가국들은 지난 2005년 ‘9.19공동성명’에서 향후 ‘적절한 시점에 북한에 대한 경수로 제공을 논의하기로 합의했다’고만 돼 있을 뿐 구체적인 시기는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우리측 6자 수석대표인 김숙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지난달 29일 “북한이 핵실험을 한 마당에 평화적으로 원자력을 이용할 권리를 심각하게 제한할 필요가 있다”면서 “우리는 북한의 핵 투명성을 확보한 다음에 경수로 제공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북한에 대한 경수로 제공문제는 북한 핵신고에 대한 검증을 다루기 위한 미북 검증협상과는 직접적 관계가 없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포기하지 않고는 핵을 포기할 수 없고, 적대정책 포기의 구체적인 증거로 경수로 제공을 요구하고 있다고 이 외교 전문가는 전했다.
이와 관련, 국제전략안보연구소(CSIS) 퍼시픽 포럼의 랄프 코사(Ralph Cossa) 회장은 북한이 경수로 제공을 검증협상과 직접 연계하고 있지는 않고 있지만, 미국이 검증요구의 수준을 낮출 경우 10월말까지 타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고 방송은 전했다.
코사 회장은 “아마도 검증 합의안은 미국이 요구해온 것과는 아주 흡사할 것”이라며 “다만 지금보단 약간 덜 철저한 형태가 될 것 같고, 북한도 상호주의 차원에서 주한 미군기지 사찰을 허용받을 것 같다. 이를테면 군산 미군기지에 비밀 핵무기의 존재 여부도 확인하고 말이다. 이렇게 되면 북한은 체면도 살고 호혜적이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북한은 과거 클린턴 행정부 말기처럼 ‘시간은 북한쪽에 있다’는 인식아래 최대한 부시 행정부 임기 말까지 기다리면서 막판에 검증 타협안을 제시해 최대한 양보를 끌어내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