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통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와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단을 선언하고,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하겠다고 천명했다.
‘국가 핵무력 완성’을 강조하면서 대내적으로는 경제발전을 위한 새로운 전략 노선 채택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대외적으로는 비핵화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1일 김정은의 주재 하에 전날(20일) 개최된 당 중앙위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의 위대한 승리를 선포함에 대하여’라는 결정서가 채택됐다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이 결정서에는 ‘주체 107(2018)년 4월 21일부터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켓 시험발사를 중지할 것’과 ‘핵시험 중지를 투명성있게 담보하기 위하여 공화국 북부 핵시험장을 폐기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북부 핵시험장은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 있는 핵실험장을 지칭하는 것으로, 북한은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실시한 총 6차례의 핵실험을 모두 이곳에서 실시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미국을 향한 직접적인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전현준 우석대 교수는 데일리NK에 “더 이상 핵 개발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고 선제적으로 핵실험장 폐기를 밝힘으로써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며 “미국으로 하여금 협상장에 나오도록 하기 위한 북한 나름의 압박 수단이자 대외적 메시지인 셈”이라고 분석했다.
또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외적으로 비핵화의 첫 단계인 모라토리엄(유예)을 확인한 것”이라며 “무엇보다 미국이 가장 원하는 ICBM 시험발사 중단을 선언한 것은 사실상 ICBM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에 대미 메시지 성격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당과 국가의 전반사업을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지향시키고 모든 힘을 총집중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결정서 ‘혁명발전의 새로운 높은 단계의 요구에 맞게 사회주의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할 데 대하여’도 채택했다.
이와 관련해 김정은은 “우리 당의 병진노선이 위대한 승리로 결속(마무리)되었다”면서 “우리 공화국이 세계적인 정치사상 강국, 군사강국의 지위에 확고히 올라선 현 단계에서 전당, 전국이 사회주의 경제 건설에 총력을 집중하는 것, 이것이 우리 당의 전략적 노선”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핵-경제 병진노선에서 경제에 ‘올인’하는 새 전략 노선으로 전환하는 데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앞으로 있을 비핵화 협상의 필요성을 뒷받침할 논리적 근거를 세움으로써 주민들이 받을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사전작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이번 전원회의 결정사항은 기존의 ‘경제-핵 병진노선’을 사실상 폐기하면서 향후 남북·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북미수교,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 대북 경제제재 해제 등에 대한 협상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 실장은 “북한이 경제건설에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와의 긴장완화 및 협력이 필수적”이라며 “따라서 남북·북미정상회담 개최 이유를 이 같은 필요성으로 주민들에게 정당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이번 전원회의에서 내린 결정과 관련해 국제사회의 기대감도 커지는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발표가 나온 지 불과 한시간여 만에 트위터를 통해 “북한과 전 세계에 매우 좋은 뉴스로 큰 진전”이라며 “우리의 정상회담을 고대한다”고 밝혔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역시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발사 중단 결정에 대해 “긍정적인 움직임”이라며 즉각적으로 환영의 뜻을 표했다.
청와대도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북한의 결정은 전 세계가 염원하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의미 있는 진전”이라며 “조만간 있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한 매우 긍정적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