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해외 노동자, 국가가 임금 착취하는 현대판 노예제”

전 세계 40여 개국에 10여만 명의 북한 노동자들이 파견돼 외화벌이에 동원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탈북자들의 증언과 국제인권단체의 조사를 통해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 강제노동과 임금착취 등 각종 비인간적 대우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인권 상황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1일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들의 인권 실태를 다룬 세미나가 서울에서 열렸는데요, 현장에 다녀온 김가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 : 김 기자, 이번에 다녀온 세미나에선 어떤 내용들을 다뤄졌나요?

기자 : 네, 국민통일방송과 데일리NK 주최로 열린 이번 세미나에선 중국과 러시아, 몽골, 폴란드 등 주요 국가들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의 인권 실태를 조명했습니다. 발제자로 참여한 전문가들은 북한 해외 파견 노동이 ‘강제노동’일뿐만 아니라 ‘노예노동’이라고 입을 모았는데요. 조사에 따르면, 북한 노동자들은 일일 평균 12시간이 넘는 중노동 끝에 100~500달러 가량의 월급을 받습니다. 문제는 월급의 약 70~90%를 ‘계획분’과 충성자금 명목으로 북한 당국에 상납한다는 건데요. 고된 노동에도 불구하고 노동자 본인이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임금 중 10%에 지나지 않는 것이죠. 김웅기 서울지방변호사회 북한인권소위원장의 설명 들어보겠습니다.

[김웅기 서울지방변호사회 북한인권소위원장] : (노예노동은) 옛날 신분제 사회에서 주인이 노예를 데리고 있으면서 노예한테는 그냥 의식주만 제공하고 노동을 시키는 거예요. 임금이라는 것을 주지 않는 것이죠. 북한 해외 노동자들 같은 경우, 임금 70~90%까지 빼앗긴다면 이건 거의 무상노동, 이건 노예노동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노예노동을 수입해서 쓰는 국가는 반인간적이고 반노동적인 것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이밖에도 북한 노동자들은 수용국에 도착하는 즉시 여권을 회수당한 채 북한 당국이 제공한 숙소에서 공동생활을 해야 하며, 근로 현장이나 숙소를 이탈할 수 없습니다. 또 노동자 3명 이상이 모일 경우 항상 서로를 감시해야 하고, 본국에 있는 가족들과의 서신조차 검열을 받아야 합니다. 아울러 북한 내부에서와 마찬가지로 해외에 파견돼서도 생활총화와 이념학습을 진행해야 하며, 임금이나 기타 근로조건에 관해 그 어떤 불만도 입에 담을 수 없습니다.

진행 : 북한 노동자들은 해외에 나가서도 당국의 감시와 통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군요. 국제법적으로 봐도 심각한 인권 탄압에 해당하지 않습니까?

기자 : 그렇습니다.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인권 착취는 오늘날 국제사회의 강제노동 금지 의무와 노예제 금지 의무를 위반하는 동시에 반(反)인도범죄로 판단될 여지가 충분합니다. 먼저 국제노동기구(ILO)는 강제노동협약 제2조 1항에서 “처벌의 위협 하에 강제되고 비자발적으로 제공된 노동과 용역”을 강제노동이라 정의하고 있고요, 자유권 규약(ICCPR) 제8조 3항이 이를 금지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북한 노동자들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거주이동의 자유를 박탈당한 채 임금과 노동조건에 대한 정확한 인식 없이 중노동에 시달려야 하고, 이 같은 처우에 불만을 토로했다가는 현지 보위부원에게 구타 혹은 불이익을 당하게 됩니다. ‘강제노동’이란 표현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는 것이죠.

노예제를 금지하고 있는 자유권 규약 제8조 1항 역시 북한 노동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모습입니다. 보위원들에 의한 감시와 통제 아래서 가혹한 노동조건에 놓이게 되고, 그렇게 벌어들인 임금 중 최대 90%까지를 국가가 착취하는 형태는 현대적 의미에서 노예제라 할 수 있죠. 더불어 이 같은 인권 착취는 북한 당국의 조직적인 주도 아래 40여 개국에서 광범위하게 진행되는 사안이므로, 반인도범죄를 구성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하겠습니다.

진행 : 다행히 최근 국제사회가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들의 인권 실태에 주목하고 실질적인 인권 개선 해법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는데요.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들의 인권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어떤 대책이 마련돼야 할까요?

기자 : 일단 대북제재 측면에서 최근 일부 국가에선 북한 노동자들을 방출하는 식으로 북한 당국에 간접적으로나마 인권 압박을 가하고 있는데요. 다만 전문가들은 북한 해외 노동자 파견을 전면 차단하는 건 그다지 적합한 방안이 아닐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되레 해외 노동자 파견을 계기로 북한 주민들이 외부인들과 접촉할 면을 넓히고 북한인권 실태를 전 세계에 알릴 수도 있기 때문이죠. 조정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설명입니다.

[조정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북한 노동자들과의) 접촉면을 늘리고 실제 일부라도 개선조치들이 해외 노동자 파견에서 일어나게 만듦으로써, 그와 관련된 정보가 해외 노동자들에게 습득되고 (본국에) 돌아가서 가족들에게 전파가 되고 이런 다양한 것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대신 북한 노동자들의 인력을 수입하는 국가들 중 국제노동기구 회원국이 있다면, 이들 국가가 자신의 영토 내에서 일어난 북한 노동자의 인권과 관련해 문제제기를 하도록 촉구할 수는 있겠습니다. 더불어 가장 중요한 건, 북한 당국과 북한 노동자들의 인력을 수입하는 국가들에게 인권 개선에 동참하도록 압력을 넣어 실질적인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겠죠.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의 제언 들어보시죠.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해당국 기업과 북한 노동자가 개인 단위로 계약을 맺는 게 필요하고 자유롭게 파견된 국가에서 생활할 수 있게 보장해줘야 하고, 해당국의 노동법을 반드시 준수해서 북한 노동자들을 보장해야 하고요. 북한 당국은 북한 노동자들을 감시하고 통제할 게 아니라 해당국 기업으로부터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보호해주고, 그 급여는 전액 노동자 개인에게 지급될 수 있도록 해당국 기업과 북한 정권이 같이 취해야 한다고 봅니다.

진행 : 네,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들의 인권문제는 전 세계가 관심을 갖고 노력해야 할 문제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런 노력이 나아가서 북한 내부의 인권상황 개선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를 기대해보겠습니다. 지금까지 김가영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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