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해외공관, 운영비 마련도 ‘자력갱생’

독일 주재 베를린 북한 대사관이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 오는 봄부터 부지 내 2동의 건물 중 1동을 개조해 간이호텔로 이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케이 신문은 21일 대사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간이호텔로 개조되는 건물은 8160㎡ 부지의 남쪽에 위치한 5층짜리 건물로 지난 1월부터 공사가 시작됐다”며 “1층에는 방 10개, 2층에는 방 27개를 만들 예정이며, 숙박비용은 1박에 20유로(한화 3만원)로 책정됐다”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당초 3월 1일 개장을 목표로 했었지만 공사가 늦어짐에 따라 몇 주일 늦춰졌다”며 “5월에는 식당 공사도 들어간다”고 말했다. 이어 “호텔이 되는 건물은 1990년대부터 독일의 약 15개 기업 단체에 임대해 왔지만 입주계약이 오는 7월로 거의 끝나기 때문에 나머지 층의 개장 공사도 곧 시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문이 입수한 홍보 자료에는 “세계 각국어로 24시간 서비스 제공, 당구나 디스코장 등 오락시설 운영” 등의 문구도 적혀 있었다고 한다.

베를린 대사관 이외에도 북한이 자금난을 이유로 해외 주재 대사관을 폐쇄하거나 각 대사관에 운영금 확보를 위한 자구책 마련을 지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에는 덴마크와 루마니아, 세네갈 등 30여 곳의 해외공관을 폐쇄했고, 지난 1월에는 호주 캔버라에 있던 대사관까지 폐쇄했다. 김정일의 이복동생 김평일이 대사로 있는 폴란드 북한 대사관도 현지 민영회사에 건물을 불법 임대한 것이 적발돼 폴란드 당국으로부터 철회 명령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Bruce Klingner) 연구원은 “북한은 송이버섯 같은 정상적인 상품 수출 외에 중동에 대한 미사일 판매와 조총련의 송금 등을 통해 외화를 확보해왔으나, 이러한 북한의 돈줄이 막혀 외화난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마커스 놀랜드(Noland)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경제난으로 해외에 있는 북한 대사관들은 불법적인 경제 활동을 통해 부족한 재정을 스스로 보충해 왔다”고 말했다.

놀란드 선임연구원은 “북한 대사관은 스스로 대사관 운용자금을 마련해야 할 뿐 아니라 일부 자금을 평양에 보내야 한다”며 “그 결과 해외에 있는 대부분의 북한 대사관들은 술과 담배, 상아, 마약 등을 밀수해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으며, 심지어 대사관 건물 안에서 불법적으로 쇠고기를 판매한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지적했다.

산케이 신문도 “(북한 대사관은) 막대한 유지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본국으로부터 이례적으로 이런 방법을 요구받은 것 같다”며 “냉전시대에는 다른 사회주의국가들을 압도하기 위해 이렇듯 규모가 큰 대사관이 운영 됐지만, 냉전이 종결됨에 따라 주재원 수도 몇 십 명까지 감소하며 공간이 불필요해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독일 외무성에 따르면 “호텔에 사용되는 건물은 외교 공관인 북쪽건물과는 분리돼서 사용되기 때문에, 치외 법권을 인정하는 비엔나 조약에는 위반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신문은 지나가던 한 시민이 호텔 창문으로부터 보이는 거대한 건물을 가리키며 “저것을 본 숙박자는 굉장히 놀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벽에 걸린 간판에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는 영원히 우리들과 함께 계신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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