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해안포 사격..백령 주민 “불편하죠”

28일 오후 백령도 용기포항 선착장 입구.


백령도행 여객선 데모크라시5호의 빨간 선체가 용기포항 앞바다에 모습을 드러내자, 강추위 속에 몸을 움츠리던 주민들은 조금이라도 빨리 여객선에 오르기 위해 긴 줄을 만들었다.


이날 오전 인천항을 출발한 여객선은 평소보다 1시간 이상 늦게 백령도에 도착했다.
북한이 27일 서해 백령도에 이어 이날 연평도 근해에서도 해안포 수십 발을 발사하자 군의 지시에 따라 여객선이 서쪽으로 7km 가량 우회 운항했기 때문이다.


주민 한경주(42) 씨는 “파도가 없으면 4시간 만인 12시께 백령도에 도착하는데 오늘은 5시간40분 만인 오후 1시40분께에야 백령도에 도착했다”며 “시간에 맞춰 인천으로 가야 하는 주민들에게는 대북 상황은 크고 작은 불편을 안겨준다”라고 말했다.
1월의 백령도는 농.어한기인 데다 연중 관광객이 입도가 가장 적은 시기여서 대체로 한가로운 분위기이다.
백령도 7개 항.포구에서는 이날 어선이 아예 출항하지 않았고 백령도의 대표 항구인 용기포항에서도 10여척의 어선이 정박한 채 운항이 재개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대부분의 주민은 여객선을 타고 인천으로 떠났거나 집에 머물고 있어 거리에는 어구를 손질하러 나온 어민들이 간혹 눈에 띌 뿐 인적이 드물었다.


백령도는 동쪽에 자리잡은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5~6km 가량 떨어져 있고 북한 월래도와는 약 11km의 거리를 두고 있어 날씨가 쾌청하면 북한 땅이 손에 잡힐듯 가깝게 보인다.


북한군이 27일 포 사격을 했다는 백령도 동쪽 해상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평온했다.


백령도에서 뱃길로 20분 가량 떨어진 대청도 해군기지 군함들도 평상시처럼 그대로 정박해 있어 별다른 특이동향은 감지되지 않았다.


간헐적으로 포성을 들었다는 주민들은 크게 두려움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무엇보다 상황이 장기화하면 불편이 계속되고 생업에도 차질이 생길 것을 걱정하는 눈치였다.


3월부터 날씨가 풀리면 조업이 본격화하고 많은 관광객이 백령도를 찾는데 남북간 민감한 상황이 벌어지고 나면 길게는 1주일까지 관광객이 들어오지 않는 등 피해가 크기 때문이다.


어민 최대원(52) 씨는 “지금이 본격적인 조업철이 아니어서 다행이지만 곧 조업이 시작될 때까지 북한이 해안포를 계속 쏜다면 조업 통제를 우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 씨는 “어민들이 조업을 위해 간혹 정해진 구역을 벗어나거나 조류 때문에 자칫 NLL 인근 해상으로 가기도 하는데 상황이 길어지면 통제가 심해지고 회항을 통보받는 경우가 잦아져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백령면은 지역내에 산재해 있는 대피소를 점검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


김정섭 백령면장은 “주민들은 북한의 도발에 걱정하지 않는 눈치이지만 행정 책임자로서는 주민의 안위가 걱정될 수 밖에 없다”라며 “군 부대에는 지하 벙커가 있지만, 5천여명의 백령도 주민은 1970년대 중반에 만들어진 재래식 대피소를 이용하고 있어 예산지원을 통한 현대식 대피소의 건설 등 중앙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경계태세를 강화한 백령도 주둔 해병의 한 병사는 “백령도를 지키는 데 한치의 오차가 없다”며 날카로운 시선으로 북쪽을 응시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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