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한반도 비핵화 지키겠다” 또 되풀이

▲ 지난 19일 만난 중국 탕자쉬안 국무위원과 김정일 ⓒ연합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은 지난 19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로 평양을 방문한 탕자쉬안(唐家璇) 국무위원과 만난 자리에서 “1992년 발효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일ㆍ중 관계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21일 중국 정부가 김 위원장과 탕자쉬안 국무위원 간의 회담 내용을 일본 정부에 설명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소식통들은 김 위원장이 “한반도의 비핵화 목표 추구는 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며 남북한 간의 공동선언을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또 회담에서 북한의 6자회담 복귀 가능성은 언급하지 않았으나 “미국의 향후 반응을 주시하겠다”며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조건으로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해제를 요구했다고 소식통들은 덧붙였다.

한편 중국 정부는 김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에 기초해 6자회담 회원국들에게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으며 김 위원장이 2차 핵실험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일본 정부의 한 소식통은 일본과 미국은 북한의 기본적인 입장이 변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특히 일본 정부는 김 위원장의 발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검토하고 북한의 행동을 예의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일위원장이 조선반도 비핵화를 지키겠다는 발언은 지난해 6월 정동영 당시 통일부장관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도 한 주장과 일치하며 또 김일성의 유훈이라는 주장도 똑같다. 북한은 당시 정동영 장관에게 조선반도 비핵화 유효 발언을 한 뒤 이후 한반도 비핵화의 논리를 한반도 비핵지대화, 즉 궁극적으로 한미군사동맹 파기로 연결했으며, 아울러 북-미간 군축회담을 주장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김정일 위원장의 조선반도 비핵화 논리는 92년 한반도비핵화를 위한 남북공동선언 이후 북한이 주장해온 논리와 다르지 않다.

1차 핵위기가 최고조에 오른 94년 김일성은 카터를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핵을 개발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며 “우리는 조선반도 비핵화를 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따라서 1차 위기 때 김일성의 주장이 “우리는 핵개발 안 한다는데 왜 자꾸 미국이 한다고 하는가”라는 것이었다면 이번 김정일의 조선반도 비핵화는 “우리는 이미 핵을 갖고 있으니까 미국이 우리를 (핵보유국)상대로 인정하고 존중해주어야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할 수 있다”는 의미로 바꾼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그 전제조건으로 금융제재 철회를 내세웠다. 결국 아무 것도 바뀐 게 없고, 북한은 똑같은 주장을 되풀이 하고 있는 셈이다.

데일리NK분석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