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한.미 공동 인권 제기에 강력 반발할듯

북한은 6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자신들의 인권문제를 제기한 것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특히 미국보다는 남한 정부에 대립각을 더욱 날카롭게 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과 미국이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 인권문제를 정면 제기한 것은 처음이다.

이에 북한은 남한 정부가 이를 주도한 것으로 간주하고, 남북간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정면배치되는 반북 책동”이라는 식으로 성토하며 당국간 관계를 더욱 얼어붙게 만드는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최근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에 관한 금강산지구 군부대 대변인 이름의 특별담화에서 이명박 정부가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대한 ‘부정’에서 더 나아가 ‘파기’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북한은 그동안 외부세계가 자신들의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체제전복’ 시도로 인식, 민감하게 대응하는 가운데 미국 및 유럽과는 매우 초보적이나마 `인권대화’를 하거나 시도하는 한편으로 체제 경쟁관계인 남한의 대북 인권문제 제기에 대해선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미국이 북미 양자회의 등에서 북한의 인권문제를 지속 제기하면서도 핵문제 우선 해결 원칙에서 대북협상을 이끌어가는 데 대해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이나 언론매체 등을 통해 반박.반발하면서 서로 ‘익숙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북한은 특히 20005년 9월 북핵 6자회담 공동성명 합의 후 그해 11월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방북을 추진할 때 제이 레프코위츠 북한인권 특사의 동행에도 동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북한이 북미관계 진전을 위해선 미국과 인권대화도 가질 수 있다는 태도로 풀이됐었다.

북한은 2004년엔 빌 라멜 영국 외무차관의 방북을 받아들여 강제수용소 문제 등에 관해 시인하는 등 영국과 인권문제에 대한 초보적 대화를 함으로써 역시 유럽국가들과 관계 진전을 겨냥해 이들의 인권문제 제기에 다소 융통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남측의 인권문제 제기에 대해선 각종 남북관계 합의서에 포함된 ‘내정 불간섭’ 원칙과 정신에 위배된다는 구실 등을 내세워 유난히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10.4남북정상선언은 “남과 북은 사상과 제도의 차이를 초월하여 남북관계를 상호 존중과 신뢰관계로 확고히 전환시켜 나가기로 했다”거나 “남과 북은 내부문제에 간섭하지 않으며 남북관계 문제들을 화해와 협력, 통일에 부합되게 한다”고 돼 있다.

1991년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는 “남과 북은 상대방의 내정문제에 간섭하지 아니한다”고 돼 있다.

북한은 이를 근거로 인권문제 제기에 대해 ‘내정 불간섭’ 합의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남한은 인권은 인류보편의 권리이므로 내정 불간섭 원칙과 무관한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북한은 특히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 자신들의 인권문제를 적극 제기하고 나서자 “고의적인 정치적 도발”로 규정하고 “(북한)체제를 헐뜯고 북남관계를 대결로 몰아가고, 외세와 야합해 우리를 어째보자는 것”이라고 반발해 왔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100일 논평에서 “그 누구의 변화요, 인권이요 하면서 북남 사이의 사상과 이념, 체제대결을 악랄하게 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 한미 정상이 공동성명에서 인권문제를 제기함에 따라 북한은 한반도 안팎에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대결적인 자세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남북관계가 중단되고 금강산 피살 사건 이후 북한의 입장이 더 경화된 상황에서 한미 정상이 북한의 인권문제를 거론한 것은 북한의 대남 불신을 더욱 증폭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봤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도 “북한은 이명박 정부가 민족화해를 등한시하면서 인권문제를 외세공조를 통해 대북 압박의 수단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판단할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남측과의 관계에서 대립과 갈등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북한은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는 각국 정상 부부들을 위한 환영연회에서 이명박 대통령 부부와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부부가 가까이 앉도록 하려던 중국측의 안배와 개막식에서 남북한 선수단이 연이어 입장토록 한 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회의 계획을 무산시키는 등 국제무대에서 남북 대립과 대결을 부각시키고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