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한미정상회담 어떻게 평가할까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 대통령간 첫 회담이 마무리됨에 따라 이번 회담에 대한 북한의 평가가 향후 남북관계의 방향을 가늠케할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담을 마친 뒤 한미 정상의 북한에 관한 언급은 주로 핵문제에 집중됐고 싱가포르 북미회담에서 합의된 핵신고 방안과 향후 검증을 지켜보자는 데 의견이 일치한 가운데 부시 대통령이 핵문제의 평화적.외교적 해결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남북관계에서 남북대화의 상시화를 언급하면서 연락사무소 제안 배경을 설명했고,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는 핵폐기와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된다면 “만나겠다는 자세를 말한 것이지 당장 하자는 것은 아니다”라고 원칙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은 현재의 통미봉남(通美封南)식 대화구조를 당분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입장에선 어차피 핵문제와 북미관계라는 두 축으로 북미간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상황에서 당장의 성과가 기대되는 미국과 협상에 주력하면서 남쪽과 대화에 무게를 두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북한에 통미봉남 구도를 재확인 시켜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 대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북한은 남쪽 정부의 태도 변화가 확실해질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북측의 입장에서는 최근 이 대통령의 부드러워진 대북 언급이 북미관계 진전에 따라 한반도 정세에 속도를 맞추려는 움직임으로 평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이번 한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이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대화 용의와 연락사무소 간접 제안 등 남북대화의 형식적인 측면에는 관심을 보였지만, 정작 무엇을 논의할 것인지의 대화 내용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는 점에 북한이 불만을 가질 수 있다.

특히 북한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6.15공동선언과 10.4남북정상선언에 대한 존중과 기존 합의의 이행문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보이지 않았고, 북한이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북한인권 문제만 거론했다는 점에서 북한으로선 남쪽과의 대화에 적극성을 보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한반도 평화체제나 동북아시아 안보문제가 본격 논의되면 쟁점이 될 수 밖에 없는 한미 군사동맹 문제를 새 정부가 최우선 강조한 것에 대한 북한의 반발도 지적하고 있다.

북한의 언론매체들은 이 대통령의 방미기간에도 한미간 군사동맹이 강화되는 데 대해 강하게 비난했었다.

이와 관련, 최근 미국 스탠퍼드대학 아.태연구센터의 한미관계에 관한 보고서가 새 정부의 고위 안보.군 관계자들이 북한의 붕괴 상황을 가정한 한미 합동대책을 논의하기를 바란다고 기술한 대목 등이 북한의 불신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대북 전문가는 “김태영 합참의장의 발언과 남북간 기존 합의에 대한 입장에서 남측이 진전된 답을 주지 않으면 북한이 대화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남북대화를 재개하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가 현 정부의 숙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부정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이번 방미기간 이명박 대통령이 이전과 달리 다양한 대북 유화태도를 취한 점에 북한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할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대화 상대” 평가와 연락사무소 제안, 핵문제와 연계해온 인도적 지원에서 유연성을 발휘한 점 등은 북한으로서도 평가할 수 있을 만한 대목이라는 것이다.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인도적 문제를 핵과 연계하지 않고 연락사무소라는 구체적인 대북제안을 내놓은 것은 평가할 만한 대목”이라며 “북한이 이러한 대북 메시지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는 하겠지만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이 대통령의 귀국 후 정부가 취할 후속조치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대통령이 남북대화에 관심을 보인 만큼 정부도 북한과의 대화에 적극성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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