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한미군사연습에 잇단 비난…배경은

북한이 2일부터 시작한 한반도 유사시 미군 증원전력을 전개하는 훈련인 ’키 리졸브’(Key Resolve) 연습과 한.미 연합 야외기동연습인 독수리훈련(Foal Eagle)에 거친 비난을 이어가고 있어 주목된다.

인민군 판문점대표부 대변인은 심지어 “우리가 오랫동안 비싸게 마련해 놓은 모든 수단을 총동원한 주동적 대응 타격으로 맞받아나갈 것”이라고까지 경고하고 나섰다.

일단 북한의 이러한 반응은 ’작용-반작용’처럼 무조건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관성적인 조치라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다.

북한은 그동안 6자회담 뿐 아니라 장관급회담을 비롯한 각종 남북회담에서 한미합동군사연습의 중단을 요구해 왔었다.
특히 한미간에 이뤄지는 합동군사연습을 북침을 위한 연습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북한 입장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1984년 김일성 주석은 베를린에서 열린 호네커 동독 공산당 서기장과 정상회담에서 “적들이 팀스피리트 훈련을 벌일 때마다 우리는 매번 노동자들을 군대로 소집해 대응해야 하며 이 때문에 1년에 한달반 정도 노동력에 차질이 생긴다”면서 “우리는 이러한 긴장상태를 없애기 위해 우리와 미국, 남한간의 3자대화를 제의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또 북한은 이른바 1차 핵위기가 한창 고조되던 1993년 한.미 팀스피리트 합동 군사훈련을 빌미로 준전시상태를 선포한 적이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판문점대표부와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외무성 등 각종 기관을 통해 이번 연습에 대해 강한 톤으로 비난하고 있는 것은 관행적인 성격이 강하다”며 “북한이 불안을 느끼는 행동을 하지 말아줄 것을 요구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지난 주말 베이징에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던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김계관 외무성 부상간의 회동이 무산된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을지포커스렌즈 등 한미간의 합동군사연습이 이뤄지는 기간에는 6자회담에 참가하지 않았던 전례로 미뤄볼 때 이번 회동의 무산에 키 리졸브 훈련이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회동의 무산에도 불구하고 힐 차관보가 베이징을 떠나면서 “우리는 조만간 해결책을 만들어 내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고, 북한과 계속 접촉하고 있다”면서 “북한측이 이런(북핵 신고문제 해결을 위한) 구상과 제안들을 검토하고 있으며 조만간 어떤 시점에 그들과 만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긍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것도 근본적 문제가 걸림돌이 아님을 시사하고 있다.

“미국과 남조선 호전세력이 ’대화’와 ’평화’, ’관계개선’의 막 뒤에서 핵몽둥이를 휘두르며 북침전쟁을 집요하게 추구하고 있다”며 이번 군사연습을 비난하고 있는 북한의 입장에서 연습기간 북미간 공개적인 회동을 가지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한미연합사령부가 부산 해군작전사령부 부두에 정박한 핵추진 항공모함인 니미츠호와 스트라이커 전투여단의 실사격훈련, 핵추진 잠수함 오하이오호를 공개하는 등 북한의 오판을 막기 위해 ’키 리졸브’ 띄우기를 하자 북한이 더욱 강력하게 반발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최신예 군사장비가 남한에 밀집하는 상황을 들여다보면서 위기의식이 고조돼 여느 때보다 반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한미 합동군사연습에 대한 북한의 반발이 새삼스러운 것이 아닌 만큼 이러한 반발이 북핵문제 등에 근본적인 장애요소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당분간 시간을 보내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라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