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한류 영향 南의류인 ‘상표없는 옷’이 대세

남한에서 방영된 드라마는 불과 며칠이면 북한 주민들도 시청할 만큼 북한에서 한류(韓流) 인기가 대단하다. 중국 동북지역에서 DVD 등으로 제작되는 한국 드라마를 북한 주민들은 몇 차례를 다시 보고, 친한 친구들끼리는 돌려 보기도 하고, 서로의 것을 바뀌 보기도 한다. 

이렇다보니 인기 드라마 주인공이 입고 있는 옷과 착용한 장신구는 북한 주민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양강도 소식통은 최근 데일리NK와 통화에서 “생활이 어려워도 외출복 한 벌 정도는 좋은 옷을 갖고 싶어 하는데, 최근에는 한국 옷 구입이 늘어 중국 상품이 밀리는 추세”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그는 “올해 들어 장마당 매대에서 한국산 옷을 파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는데, 그만큼 찾는 주민들이 많아 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산 반팔 T-셔츠가 보통 5천원 정도지만 한국산은 1만원 이상으로 비싼데도 인기라고 한다. 작년까지만 해도 몇몇 사람들만 한국산 옷을 찾았는데, 최근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했다.

보안당국이 ‘비사회주의’ 행위로 강한 통제와 단속해도 교묘히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한국산 옷은 ‘상표없는 옷’ ‘아랫집(남한) 옷’ 등의 은어(隱語)로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관을 무사통과하고 시장에서 단속반에 걸리지 위해 상표는 물론이고, 옷 안쪽에 한글로 적힌 ‘품질표시’ 를 제거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소식통은 “중국 옷은 구입해 바느질을 다시 해 입어야 할 만큼 질이 떨어지는데 반해 한국 옷은 디자인부터 바느질까지 깔끔하고 멋있다는 게 주민들의 반응”이라며 “비록 상표가 없어도 이 옷이 중국산인지, 한국산인지는 쉽게 구분될 정도”라고 말했다. 제품이 한국산이라는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자른 상표(품질표시)를 옷 호주머니에 넣어 판매하는 장사꾼도 있다고 한다.

한국산 옷 선호 현상은 국내 입국 탈북자들이 한 몫 거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적지 않은 탈북자들이 옷가지를 북한에 남은 가족들에게 밀수꾼을 통해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북한에 남아 있는 동생과 통화한 한 탈북자는 “동생이 장마당에서 한국산 옷을 얼마든지 팔 수 있으니 보낼 수 있을 만큼 보내달라고 하더라”며 “작년까지만 해도 단속반에 걸릴 수 있는 몸에 달라붙는 옷이나 화려한 옷, 가슴이 파인 웃, 영어 글씨가 많은 옷은 보내지 말라했던 때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북한 주민들의 한국 옷 선호는 평상복 뿐만 아니라 한복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최근 탈북한 차광옥(40) 씨는 “지난해 평양 친척집에 갔다가 조선 옷과는 다른 형태의 한복을 입은 사람들을 보고 당시엔 ‘그래도 평양 경제는 지방과 달리 발전했는가 보다’고 했는데, 남한에 와보니 그게 한국 한복이었다”고 말했다.

북한 한복은 저고리 동정이 좁고 단색이다. 꽃을 수놓은 것이 특징으로 종류도 한 두가지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 사극에 왕비 등이 입고 나오는 한국 한복은 동정이 넓고 색을 화려한 게 특징이다.

90년대 말부터 일부 상류층에서는 한국 한복을 입고 결혼식을 치루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결혼식 하객 중에 한국산 한복인지를 아는 사람들은 실제 비슷한 한복을 보자 “드라마에 나오는 남조선 생활이 거짓말이 아니구나”면서 감탄해 했다고 한 탈북자가 전했다.

2011년 탈북한 평양출신의 한용권(46) 씨는 “2010년까지만 해도 한국 한복을 입은 여성을 보지 못했는데, ‘혁명의 수도’라 하는 평양에서 남한식 한복이 등장했다는 것은 한류가 급격히 전파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북한 조선예술영화 촬영소가 제작한 2012년판 달력에도 남한 드라마 ‘대장금’ 주인공인 이영애가 입었던 한복과 흡사한 한복을 입은 모델의 사진이 실렸다. 의도했다고 할 수 없지만 남한 문화가 북한사회에 점차 흡수하고 있는 현상을 보여주고 있는 사례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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