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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대남 선전매체들이 지방선거 시기에 맞춰 연일 반(反) 한나라당 비방 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은 한나라당이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면 미국에 추종하는 ‘전쟁 머슴정권’이 들어설 것이라고 했다. 선전매체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진보 후보’ ‘평화 후보’ 등의 이름으로 ‘6.15 평화세력 지지’를 계속 고취하고 있다.
조평통은 18일 ‘남조선 동포형제들에게 고함’이라는 글을 발표하고, “한나라당 표는 전쟁표이자 망국표이고, 전쟁의 포화는 한나라당에 표를 준 사람도 가려보지 않을 것”이라고 협박했다. 이어 “가장 올바른 판단과 선택은 제일 당선 가능한 6.15평화세력 후보에게 지지표, 평화표를 찍어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북한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16일 “서울이 불바다로 되어버릴 수 있다는 전쟁공포증, 서울시민들은 잊지 않고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나라당이 지방선거에 승리할 경우 전쟁 위험이 높아지고, 결국 그 피해는 서울시민들이 가장 먼저라는 협박까지 일삼고 있는 것이다.
북 선전매체에 ‘서울 불바다’가 재등장한 것은 1차 북핵 위기가 고조되던 1994년 이후 12년만이다.
“지방선거에서 친북세력의 약진은 착각”
북한이 남한의 지방선거에서 ‘핵 전쟁’, ‘서울 불바다’ 같은 협박의 수단까지 사용하며 야당인 한나라당을 반대하는 것은 그만큼 남한의 권력 향배에 초미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증거다. 북한은 올초 신년공동사설을 통해 ‘남한내 반보수 대연합 구축’을 천명한 바 있다.
이러한 북한의 의도에 발 맞춘 남한 내 친북세력들의 반 한나라당 목소리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조국통일범민족청년학생연합 남측본부는 16일 홈페이지에 “한나라당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에 환장한 집단이며, 해방 이래 지난 60여 년간을 평화통일이 아닌 대결과 전쟁으로 몰고 가며 오늘날에도 6.15공동선언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반통일 세력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일이 있어도 전쟁세력인 한나라당에게 정치권력을 넘겨주어서는 안 된다”고 선언했다. 한총련도 지난 14일 ‘5.18-6.15 전체 일꾼 10대 활동방침’을 통해 ‘反 한나라당 온라인 실천 하루 1시간’ 운동 등을 제안했다.
북한이 강도 높게 한나라당을 비난하는 데는 한나라당을 공격하는 네거티브 전략을 사용해 우회적으로 정부와 여당을 지지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현 집권세력이 주도하는 일방적인 대북지원이 북한 김정일 정권에게는 사활적인 이해관계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보여주는 셈이다.
북한은 반 한나라당 선전활동이 5.31 지방선거에서 친북세력의 약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아무런 효과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지나친 비난은 여당에게 손해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김정일 정권은 여전히 대남 선전매체의 반 한나라당 공세가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 정부의 계속되는 만류 메시지와 한나라당의 반응이 나올수록 비난 강도는 더욱 세진다. 여전히 자신들의 선전매체가 남한 사회에 여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낡은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정재성 기자 jjs@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