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한가위 “어느 해보다 썰렁할 것”

국제사회의 제재와 여름철 대규모 수해로 상처투성이인 북녘에도 민족명절인 한가위는 어김없이 찾아오고 있다.

반세기가 넘는 분단으로 남북한의 추석 풍속도 많이 달라졌지만 추석이면 북한 주민들도 정성껏 마련한 음식을 가지고 조상의 산소를 찾아 성묘하는 것으로 하루를 보낸다.

수확의 고마움을 조상에게 먼저 전하는 한가위의 의미는 남북이 차이가 없는 셈이다.

북한당국은 사회주의 생활양식을 외치며 조상 숭배와 민간 풍속을 봉건적 잔재로 매도했던 1960년대 말-80년대 중반에도 추석만큼은 그대로 유지시켰다.

민족 최대 명절이던 추석을 일반 민속 명절로 퇴색시키기는 했지만 완전히 없애버리지는 않았으며 주민들의 성묘를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3일 연휴인 남한과 달리 추석 당일 하루만 쉬지만, 먼 지역에 성묘를 가야 할 주민들을 위해서는 연중 유일하게 3일간 통행증 없이 다녀오도록 하고 있다.

즉 지방 주민은 평양을 제외한 모든 지역을, 평양시민은 통행증 없이 모든 지역에 갈 수 있다.

한꺼번에 몰리는 성묘객들로 인한 교통 혼잡을 줄이기 위해 지역마다 특별수송 대책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2001년 5월부터 도입한 ’버스기동대’가 바로 그것인데, 임시버스 형태인 이 차량은 명절 등으로 크게 붐비는 구간에만 운행해 이용객의 불편을 다소나마 덜어주고 있다.

북한 언론매체는 작년 추석(9.18) 이틀 뒤인 20일 “한가위를 맞으며 락랑구역을 비롯해 교외에 있는 묘소를 찾는 사람들로 평양시내는 여느 때 없이 흥성거렸다”며 “묘소와 관련된 도로구간들을 수많은 차량이 오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성묘 방식은 남한과 조금 달라 벌초를 한 뒤 준비해온 술과 음식을 차려놓고 절 대신 묵례를 하며 이어 가족 친척이 모여앉아 음식을 나눠 먹는 순이다.

사정이 여의치 않아 성묘를 가지 못할 경우에는 집에서 차례를 지내기도 한다.

제수 음식이나 상 차리는 방법은 특별히 정해진 것이 없이 성의가 기본이며, 일부 직장단위로 술과 음식물 등을 특별히 나눠주는 ’명절공급’도 이뤄지고 있다.

2002년 입국한 탈북자 김(35.여)씨는 “북한에서는 남한처럼 차례상 음식이 정해져 있지 않고 능력에 맞게 성의껏 준비한다”며 “남한과 달리 마늘이나 매운 것도 많이 쓴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평양을 중심으로 화장(火葬)과 납골문화도 상당 수준으로 자리 잡히고 있다.

조선신보는 지난달 “화장제가 널리 도입되면서부터 평양시에는 거의 모든 구역에서 사망한 사람들의 유골을 보관하는 유골보관실이 꾸려졌다”고 전했다.

추석이면 성묘객들로 교통 체증을 일으킬 정도로 매장묘가 늘자 평양시는 1998년부터 유골보관실을 만들기 시작해 전 구역에 고루 설치했으며 이용자들도 확대되고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추석이 다가오면 북한판 천하장사 씨름대회인 ’대황소상 전국 민족씨름경기’도 평양에서 열린다. 올해로 4회를 맞는 이 경기는 지난달 28일 릉라도 씨름경기장에서 시작돼 2일 끝난다.

북한은 최근 “예로부터 낙천적이고 정서적인 조선인민은 많은 민속놀이를 창조해 즐겨왔다”면서 민속놀이를 적극 권장하고 있어 농악놀이, 탈놀이, 윷놀이, 줄다리기 등 각종 전통 놀이가 올해 추석에도 곳곳에서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녘에서의 이번 추석은 지난 7월 대규모 수해로 인해 예년과 같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탈북자 A씨는 “미사일 발사 이후 주변 정세가 악화된데다 여름철 큰물피해에 대한 복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성묘객들이 돌아다니기도 힘들 것”이라며 “올해 추석은 어느 때보다 성묘객도 줄고 썰렁한 분위기가 감돌 것”이라고 내다봤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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