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8일 평화협정 논의에 앞서 6자회담에 복귀하라는 미국 정부의 입장에 대해 피고자격으로 회담에 복귀하는 것이라며 정면으로 거부했다.
북한은 이날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6자회담이 다시 열리려면 회담을 파탄시킨 원인이 어떤 방법으로든 해소돼야 한다”며 “우리가 제재 모자를 쓴 채로 6자회담에 나간다면 그 회담은 9.19공동성명에 명시된 평등한 회담이 아니라 ‘피고’와 ‘판사’의 회담으로 되고 만다”고 선(先)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
담화는 또 “자주권을 계속 침해당하면서 자주권을 침해하는 나라들과 마주 앉아 바로 그 자주권 수호를 위해 보유한 억제력에 대해 논의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으며 이것은 우리의 자존심이 절대로 허락지 않는다”고 밝혔다.
북한이 지난 11일 내놓은 평화협정 회담 제안에 대해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12일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할 경우 제재의 적절한 완화를 검토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언급했고,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대변인도 같은 날 “북한이 우리에게 와서 6자회담에 복귀하겠다고 얘기하고, 9.19공동성명 하의 의무를 이행하기 시작하는 것이 먼저”라면서 6자회담 복귀가 우선임을 강조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는 이와 관련, 자신들은 미국측 사정을 고려해 6자회담에서 비핵화 논의를 선행시키는 노력을 6년 이상 기울였지만 평화협정 논의는 시작도 하지 못했다면서 “평화체제를 론의하기 앞서 비핵화를 진척시키는 방식은 실패로 끝난 것이며, 신뢰 없이 비핵화를 추진한다는 것은 기초가 없이 집을 짓는 것과 같다는 것을 실천경험이 보여주었다”고 주장했다.
담화는 또 “우리는 6자회담을 반대하지 않으며 지연시킬 하등의 이유도 없다”면서 “당사국들이 경험과 교훈에 기초한 우리의 현실적 제안을 받아들이도록 설득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 진지하게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7월부터 평화공세를 지속하고 있는 북한이 올해초 6자회담 복귀의 수순을 밟을 것으로 대북 전문가들은 전망했지만 당분간은 미북간 힘겨루기가 계속될 양상이다.
이에 대해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널뛰듯 왔다 갔다하는 북한의 입장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북한은 자신들이 원하는 최대치의 시그널을 미국에 보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