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피같은” 중유 어떻게 활용할까

“1와트의 전력은 한 방울의 피와 같다”

만성적인 에너지난에 시달리는 북한에 조만간 들어갈 중유 5만t 정도로는 북한의 에너지 해갈이 이뤄질 수 없지만, 석탄과 중유를 혼합한 연료를 사용하는 화력발전, 제철.제강, 농기계 사용이 점차 늘고 있는 농업 등 북한경제 전 부문에서 숨통이 트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북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중유 효과 = 정우진 에너지경제연구소 자원개발전략실장은 “중유는 발전.난방용 연료로 쓰이는 것은 물론 대형선박을 운행하거나 시멘트를 제조할 때도 사용되기 때문에 에너지가 부족한 북한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순직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중유 5만t의 대북 지원은 실질적인 효과 여부를 떠나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북미간 관계가 좋아져 적성국 해제 등으로 이어질 경우 중유 5만t으로 시작된 파급효과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2.13합의문에 명기된 중유 5만t은 북한이 한해 수입하는 원유 50여만t의 10분의 1에 해당한다. 북한이 핵시설 불능화를 이행하는 대가로 받는 중유 100만t분의 에너지는 북한의 2년치 원유 수입분과 맞먹는 것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북한경제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은 2005년 원유 52만3천t, 지난해 52만4천t을 중국에서 수입해 가공해 사용했다.

김일성 주석 생존시인 1991년 북한은 중국과 이란, 러시아 등에서 총 189만t의 원유를 수입한 적이 있지만 고난의 행군이 막바지에 달했던 1999년엔 재정난으로 31만7천t 밖에 들여오지 못한 적도 있다.

2000년 이후 경제난이 다소 수그러들면서 수입량이 조금씩 늘어나 2003년 57만4천t, 2004년 53만2천t을 중국에서 수입하는 등 매년 50만t을 웃도는 양을 들여오고 있다.

북한에 중유 5만t이 지원되면, 당국의 쓰임새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선 농업생산량이 다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북한은 석유공급국중 한 곳인 구 소련이 1989년 해체된 이후 80%가량의 농기계 가동을 중단해야 했고, 화학비료와 농약 역시 크게 부족해졌는데, 이것이 농작물 수확량 급감으로 이어지면서 ’고난의 행군’이 초래됐었다.

따라서 중유가 농업부문에 집중 투입되면, 농기계 가동률 향상, 비료.농약 생산 증가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만성적인 식량난 해결에 다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100만t의 중유 전부가 2년에 걸쳐 연간 50만t씩 전력부문에 투입된다면, 북한의 전력 생산량은 연간 10% 정도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의 수력.화력 발전소 설비 용량은 2004년을 기준으로 777만㎾ 수준이지만 실제 가동률은 20-30% 수준인 200만㎾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우진 실장은 “50만t의 중유는 라선(라진.선봉)지구에 있는 20만㎾ 용량의 선봉발전소를 1년간 가동시킬 수 있는 양”이라며 100만t의 중유를 1년에 50만t씩 나눠 전력생산에 사용한다면 현재 발전량을 10%가량 더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특히 시속 20㎞의 속도로 운행되는 구간이 상당히 많은 북한 철도부문에 중유가 투입될 경우 식량이나 원자재 운송 기일을 앞당기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북한이 작년 한해 52만4천t의 원유를 사오는 데 쓴 2억4천689만달러를 절약해 다른 경제부문에 투입할 경우 공장 증설→생산 증대→수요 증가→공장 증설로 이어지는 파급효과도 기대된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북한이 군사부문에 사용할 경우는 물론 이러한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북한의 원유 수입 비용은 올해 예산 30억9천만달러(추정)의 7.8%에 달한다.

◇“문제는 중유 대체 에너지” = 그러나 북한은 저장시설과 운반수단의 한계때문에, 핵시설 불능화를 이행할 경우 받게 될 중유 100만t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전부 중유로 받을 수 없는 형편이고, 북한 스스로도 중유를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고 북한 에너지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지난 3월 북한의 에너지 문제에 관한 한 국제토론회에서 북한측은 1년에 사용할 수 있는 중류량을 최대 60만-70만t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4년 제네바합의에 따라 미국이 북한에 매년 50만t의 중유를 제공할 때도 중유를 실은 배가 중유 저장시설이 빈 만큼만 채워넣느라 1회 항차에 거의 한달을 북한 항구에 머물러야 했었다.

북한에 중유로만 100만t을 지원할 경우 북한이 이를 다 받는 데는 무려 2년이 걸릴 것인데, 올해안에 핵불능화를 목표로 하는 미국으로선 받아들일 수 없는 일정이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도 지난달 “북한이 매달 중유를 받아들일 수 있는 수용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중유 제공 절차를 얼마나 빨리 마칠 수 있느냐가 문제라고 말했었다.

노틸러스연구소의 피터 헤이즈와 다비드 폰 히펠은 지난 5월말 공동집필한 논문에서 중유는 북한에 기술이전 등의 측면에서 연관효과가 없기 때문에 북한은 약속된 중유 100만t분의 에너지가운데 절반 이상을 다른 형태로 받기를 원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이들은 따라서 2.13 합의에 따른 에너지 실무그룹에서 중유 외의 대체 에너지 지원방안을 모색하는 게 시급하다며, 북한의 풍력사업 지원, 발전기 지원 등을 예시하고 어느 경우든 문제는 북한의 선호를 충족시킬 수 있느냐에 있다고 지적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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