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폭군’ 반박 수위 낮아져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8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폭군’ 발언을 악랄한 중상모독이라고 비난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외신을 인용, “부시가 입에 담지 못할 악담으로 우리 최고수뇌부를 악랄하게 중상모독했다”며 “어떤 경우에도 우리 최고수뇌부에 대해 감히 험담하는 자는 그가 누구이든 추호도 용서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변인은 그러나 이전 부시 대통령의 ’폭군’ 발언에 대한 비난보다 상당히 유화된 표현을 썼다.

대변인은 지난해 8월23일 부시 대통령이 선거연설 도중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폭군으로 지칭한 것과 관련해 “건전한 이성과 현실감각이 있는 정치인의 발언이라고 하기보다는 머저리들이나 할 수 있는 유치한 언동이 아닐 수 없다”며 부시 대통령을 ’정치적 미숙아’, ’저열한 불망종’, ’저능아’, ’무식쟁이’, ’살인마’ 등으로 칭했다.

또 “정녕 부시야말로 히틀러를 몇십 배 능가하는 폭군 중의 폭군이며 그러한 폭군들로 무어진(이뤄진) 부시 일당은 전형적인 정치깡패 집단”이라면서 “힘으로 우리 제도를 전복하려는 미국의 본심을 똑똑히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대변인은 이어 지난 4월 부시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또다시 ’폭군’, ’위험한 사람’ 등으로 비난하자 그를 ’불망나니’라고 맞받아쳤다.

외무성 대변인이 종전 부시 대통령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에 집중한 데 비해 이번에는 인신공격성 발언 없이 부시 대통령을 ’부시’, ’미국 당국자’라고 표현했다.

6자회담에 대한 입장도 상대적으로 유순하고 논리적으로 변했다.

대변인은 당시 4차 6자회담이 열리지 못하는 것을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탓으로 주장하면서 “회담의 기초를 바로세워야 할 직접적 책임을 지닌 부시 일당이 이번에 제 본색을 또다시 드러낸 것은 우리로 하여금 도저히 회담에 나갈 수 없게 하는 것은 물론, 미국과 마주 앉을 초보적인 명분조차 가질 수 없게 만들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그는 이어 “미국의 극도에 달하고 있는 고립 압살 기도에 맞서 우리의 생명인 자위적 국방력을 백 배, 천 배로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6자회담에 나가지 않을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반해 이번 대변인 문답에서는 “우리는 공동성명 이행 전망에 대해 심히 우려하게 되며 그의 위임을 받았다는 6자회담 미국 측 협상자들에 대해서도 전혀 신뢰를 가질 수 없다”고만 말했다.

그는 “미국 당국자가 ’주권존중’과 ’평화공존’을 지향한 6자회담 공동성명의 정신을 완전히 짓밟았다”고 지적했지만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이라는 단서까지 달았다.

부시 대통령의 폭군 발언에도 불구하고 6자회담의 틀을 깨지는 않으려는 북한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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