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포스트 김정일 대비…후계구도 가시화 조짐

최근 북한에서 포스트 김정일 시대를 염두에 둔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어 주목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세번째 부인 고(故) 고영희(2004년 5월 사망)씨 사이에서 태어난 정철(26)과 정운(23) 두 아들이 최근 김 위원장의 군부대 시찰을 비롯한 각종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철.정운은 고영희씨의 생전에는 김 위원장의 군부대 시찰 등에 자주 동행하곤 했으나 고씨 사후에는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북소식통은 27일 “아직 김 위원장이 후계자를 정하지는 않았지만 정철.정운 중 하나를 지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군부대 시찰 등에 데리고 다니면서 누가 적합한지를 지켜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차남인 정철은 2001년부터 작년 4월까지, 삼남 정운은 2002년부터 지난 4월까지 군간부 양성기관인 김일성군사종합대학 특설반에서 ‘주체의 영군술’을 비롯해 군사학을 극비리에 공부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철.정운이 김일성군사종합대학에서 공부한 것은 고영희씨가 생전에 김정일 위원장의 선군정치를 이어받아야 한다며 김 위원장에게 강력히 제청해 이뤄졌고 이에 따라 이들만을 위한 특설반이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대북소식통은 “김일성군사종합대학 특설반을 마친 정철.정운 두 아들이 최근 김정일 위원장이 참석한 공개석상에서 ‘주체의 영군술’을 구현한 군사이론을 내놓아 김 위원장으로부터 박수를 받기도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2005년 12월 후계논의 금지를 강력히 지시하는 등 그동안 레임덕 등을 우려해 후계문제를 외면해왔던 김정일 위원장이 두 아들을 공개석상에 데리고 다니면서 후계구도 행보를 가시화하고 있는 것은 최근 들어 건강상태가 악화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 위원장은 올 들어 27일 현재까지 모두 23회의 공개활동에 나섰으며 이 같은 숫자는 작년 같은 기간의 42회와 비교할 때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건강관리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왔지만 최근 들어 지병인 당뇨와 심장, 간 등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는 후문이다.

북한과 유사한 정치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이 장출혈로 수술을 받았지만 회복이 더딘 가운데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에게 권력을 이양한 것도 김 위원장이 건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후계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로 분석된다.

그러나 북한에서 후계구도가 가시화되기 시작한 것은 후계를 둘러싼 치열한 권력쟁탈전이 본격화되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정철.정운 형제가 김 위원장의 공식활동에 동행하면서 선두에 나섰지만 이들의 이복 형으로 김 위원장과 고(故) 성혜림씨 사이에 태어난 장남 정남(36), 김 위원장의 네 번째 부인이자 퍼스트 레이디인 김옥씨가 경쟁세력으로 급부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봉건적 유교전통이 남아 있는 북한 사회에서 장자 우선의 원칙이 적용될 가능성을 감안하면 김정남은 후계의 명분을 쥐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김정남이 개혁.개방적인 마인드를 가진데다 북한의 최대 후원국인 중국과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정철.정운 형제에게는 눈엣가시일 수 밖에 없다.

이미 김정남은 2004년 11월 오스트리아 방문 중 정철.정운 세력에 의해 암살 위기에 처했다가 오스트리아 정보기관의 보호로 모면했던 적이 있다.

김일성대 교수 출신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조명철 박사는 “정철.정운 형제의 명실상부한 후계자 지명은 (장남인) 김정남을 물리적으로 제압한 뒤에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각에서는 고영희씨의 최측근이었던 김용순 전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2003년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도 김정남의 북한 내 측근들이 저지른 테러라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결국 김정일 위원장이 김일성 주석으로부터 권력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라이벌인 이복동생인 김평일 현 폴란드 대사 등과 벌였던 치열한 권력암투가 3대 세습과정에서도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올해 43세로 비교적 젊고 국방위 과장으로 김 위원장의 정치에 깊숙이 개입하는 등 실세역할을 하고 있는 김옥씨의 존재도 앞으로 후계구도 형성과정에서 무시할 수 없는 변수 중 하나다.

김옥씨는 그동안 김 위원장에게 후계자 지명을 미루도록 막후에서 입김을 불어넣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자칫 후계구도가 고착화될 경우 자신이 권력층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측근들을 요직에 등용하는 등 세력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 소식통들은 “북한사회에서 후계논의가 본격화되면 정운.정철 형제와 장남인 정남, 젊은 새부인인 김옥씨 사이에서 3각 권력암투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그 과정에서 북한 권부내에 줄서기가 가속되면서 김 위원장의 레임덕도 빨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