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 프로그램 신고서에 1990년대 1차 북핵위기 당시 논란이 됐던 핵심시설인 ‘액체폐기물저장소’ 2곳을 포함시킨 것으로 확인돼 주목된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이 90년대에는 신고서에도 명기하지 않고 은폐하려했던 액체폐기물저장소를 신고서에 포함시킨 것은 큰 의미가 있는 사건”이라며 “과거 북한 핵활동의 진실을 규명하자면 이 시설은 반드시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11일 보도했다.
1990년대 북한은 자신들이 신고한 플루토늄 신고량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임시사찰 측정치 사이에 중대한 불일치가 발생해 IAEA가 액체폐기물 저장소 2곳에 대한 특별사찰을 요구하자 이를 ‘군사시설’이라고 거부함으로써 핵위기가 발생했다.
액체폐기물이란 재처리 시설에서 화학적 방식으로 플루토늄을 농축할 때 부산물로 나오는 화학폐기물로, 그 자체가 핵재처리의 증거일 뿐 아니라 재처리의 시기나 용량 등을 계측할 수 있는 방사능 데이터까지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폐기물 저장소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면 얼마만큼의 핵활동이 있었는지, 무슨 활동을 벌였는지, 얼마만큼의 재처리가 이뤄졌는지에 대한 파악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에는 계측장비 등의 수준이 향상돼 이들 시설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면 나노 단위의 핵물질까지도 추적이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러한 이유로 북한은 1990년대 초 이 시설을 신고하지 않았고 사찰에서도 제외하기 위해 애썼다. 당시 두 개였던 액체폐기물 저장소 중 하나는 저장소 전체를 흙으로 덮고 그 위에 많은 나무를 심어서 위장했다. 다른 하나는 흙으로 덮은 후 그 위에 다른 건물을 지어 은폐했다.
북한이 이처럼 숨겨왔던 폐기물 저장소를 핵신고에 포함시킴에 따라 ‘검증’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한편, 북한은 테러지원국 해제 절차의 시한인 8월11일 이전에 핵신고서 내용의 검증에 착수하자는 미국의 제안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6자회담 참가국들의 검증활동이 다음달 중순 이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6자회담 이틀째인 11일 한∙미 등 회담 참가국들은 참가국들은 비핵화 실무그룹에서 논의할 검증 가이드라인을 확정할 예정이며, 이후 실무그룹을 통해 ‘검증계획서’를 말련하는 논의에 착수토록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참가국들은 또 두번째 의제인 대북 경제∙에너지 지원 마무리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하며 협의결과를 토대로 경제∙에너지지원 실무그룹회의도 개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본이 납치자 문제 진전을 요구하며 대북 에너지 지원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막판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일본이 끝까지 중유 지원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다른 참가국들이 이를 부담하는 방안을 거론하고 있으나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아 성사 여부는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