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평화협정 회담제의 살펴보니 곳곳이’덫’

북한이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회담을 시작하는 조건으로 6자회담에 참여할 수 있다고 11일 밝혔다.


북한은 지난해 4월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안보리 의장성명이 채택되자 바로 외무성 성명을 발표해 ‘다시는 6자회담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이 발언이 나온 지 9개월 만에 다시 외무성 성명을 통해 평화협정 회담이라는 조건이 주어지면 6자회담에 나갈 수 있다고 번복한 것이다.


이번 공식 성명을 두고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오기 위한 명분용, 또는 평화협정을 내세워 유엔제재와 비핵화 압박을 피해가려는 우회수단이라는 상반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날 성명은 “조선전쟁(6.25전쟁) 발발 60년이 되는 올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기 위한 회담을 조속히 시작할 것을 정전협정 당사국들에 정중히 제의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그 동안 평화협정 당사국은 미국과 북한이라고 못박아왔다. 북한이 정전협정 당사국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당사국들’이라는 포괄적인 호칭을 사용해 한국이나 중국의 참가에 유연한 태도를 보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또한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회담은 9.19공동성명에 지적된 대로 별도로 진행될 수도 있고, 그 성격과 의의로 보아 현재 진행 중에 있는 조미(북미)회담처럼 조선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의 테두리 내에서 진행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평화협정 협상 틀을 6자회담 안팎 어디서나 가능하다고 밝혀 까다로운 조건을 먼저 걸지 않은 것도 6자회담 재개에 긍정신호로 보인다.


북한의 이러한 태도 변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중국 방문을 앞두고 있는 북한 김정일이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의 체면을 살려주려는 의도가 들어있다고 보고 있다. 김정일은 지난 10월 원자바오 총리를 만났을 때도 “조미(북미) 회담결과를 보고 다자회담을 진행할 용의를 표명하였다”며 “다자회담에는 6자회담도 포함돼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들은 북한의 이번 발언이 6자회담 재개 신호탄이 될 수 있지만 비핵화 협의를 풀어가는 데는 오히려 장애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성명은 “제재라는 차별과 불신의 장벽이 제거되면 6자회담 자체도 곧 열리게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정전협정 당사국들이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전, 비핵화를 진심으로 바란다면 더 이상 자국의 리익(이익)부터 앞세우면서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대담하게 근원적 문제에 손을 댈 용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6자회담 재개에 앞서 제재 해제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또한 ‘비핵화를 원한다면 근원적 문제에 대한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밝힌 부분도 비핵화 이전에 평화협정이라는 전제를 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미국이 북핵 문제가 해결되면 북한에 대한 체제보장 및 충분한 대가를 밝히자 이의 순서만 바꿔 놓은 것이다.


결국 북한은 6자회담 복귀 대가로 제재를 철회하고 비핵화에 앞서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비핵화에 돌입해야 이 같은 문제에 대한 대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밝힌 미국의 의견과 정면으로 상충되고 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최근 “북한이 평화협정을 얘기하는 것은 시간을 벌며 이슈를 다른 곳으로 돌리고 계속 핵무기를 개발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한 뒤 “미·북 간 평화협정을 해서 정전협정을 대체하면 주한미군 철수 주장의 논거가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 성명은 6자회담 조건부 참여의사라는 립서비스를 던지면서도 비핵화 과정에는 곳곳에 걸림돌을 만들어 놓은 일종의 덫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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