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평화협정’ 내세웠지만, 핵포기까지 감수할까?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미 대통령이 지난 18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핵 폐기 후 한국전 종료 선언’ 문제를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북한의 수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북핵 폐기시 ‘한국전 종료 선언’은 지난해 9.19공동성명에 명문화된 ‘북핵 포기시 한반도의 평화체제 협상 개시’의 연장선상이지만, 6자회담이 임박한 시점에서 백악관이 주도적으로 이러한 내용을 공개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선(先) 북핵 폐기’라는 전제가 달리긴 했지만 미국의 이러한 태도 변화는 체제보장을 조건으로 내걸었던 김정일 입장에서는 외면하기 힘든 카드로 해석된다.

북한은 그동안 관영매체 등을 통해 미국과 교전상태에 있음을 강조하며 정전협정 폐기와 평화협정 체결을 꾸준히 주장해왔다. 정전협정은 1951년 7월부터 2년간 160차례의 협상 끝에 1953년 7월27일 북‧미‧중을 당사자로 체결됐으며, 그 후 현재까지 50여 년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이 기울여졌으나 아직껏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종전(終戰)선언’에서 ‘평화체제’로 전환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지난 5월 한성렬 전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는 “先 평화체제, 後 핵포기가 순서”라고 분명히 선을 그은 바 있다. 또한 북한 당국은 평화협정 체계의 전제조건으로 주한미군철수, 유엔사 해체, 한반도 비핵지대화 등을 주장해왔다.

우선 미국의 입장변화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을 우선적으로 폐기할지부터가 회의적이다.

전문가들은 협상의 진전을 위해선 북한이 핵 폐기 프로세스를 안전보장과 북미관계 정상화, 에너지 경제지원을 ‘동시행동 원칙’에 기초해 풀어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도 “부시 미국 대통령의 한국전 종료 선언 발언은 북한의 핵폐기에 따른 상응조치”라며 “궁극적으로 북한 핵폐기와 미국의 종전선언을 통한 북·미간 평화협정 체결은 동시에 이행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평화협정 체결이 ‘남북당사자 원칙’에 의해 남북이 주도적으로 협상하고 정전협정 서명자인 미국과 중국이 보장하는 ‘2+2’ 형태가 돼야 한다는 것이 정부 주장인 반면, 북한은 미·북 평화협정 체결을 일관되게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평화협정 체결이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유엔사령부의 주둔근거가 없어지고,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결국 주한미군 주둔 근거가 미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단 유엔사령부가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구성된 만큼 해체된다고 하더라도 유엔의 결의가 있어야 한다”며 “주한미군 문제와 평화협정 체결 문제는 별도로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렇듯 무성한 분석에도 더 이상의 논의 진전은 불가능 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김정일이 정권 존립의 근간이 되고 있는 ‘선군정치’의 핵심인 ‘핵’을 포기하겠느냐는 것이다. 김정일은 스스로 핵을 포기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게 되면 군부의 입지가 축소되고, 개혁·개방으로 체제 존립이 흔들릴 수 있다는 계산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

6자회담이 속개될 경우 북한은 미국의 발언을 빌미로 선 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군 철수를 내세울 가능성도 있다.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면 평화협정 문제는 거론하지 않고 선 금융제재 철회 등을 반복할 공산도 크다. 평화협정 논의는 미국의 양보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북한의 선택을 종용하는 압박효과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