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평화적 핵이용, 핵폐기 신뢰가 먼저다

6자회담이 마지막 공동성명 채택 단계에서 교착 상태에 빠져있다. 핵심쟁점인즉 북한의 평화적 핵활동까지 금지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평화적 핵활동이란 대개 전력생산을 위한 핵활동을 이야기한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평화적 핵활동까지 금지하려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한국정부는 이러한 견해에 어느 정도 동조하고 있는 듯하다. 도대체 그들의 기억력이 어느 정도인지 의심스럽다.

6자회담 북한측 수석대표인 외무성 부상 김계관은 “우리는 전쟁 패전국도 아니고 죄지은 것도 아닌데 왜 핵 활동을 할 수 없나”라고 반문했다. 죄를 지은 게 왜 없나. 분명히 죄를 지었다.

작금의 북핵사태는 북한이 제네바합의에 의한 핵동결의 이면에 숨어 고농축우라늄(HEU)에 의한 핵개발 프로그램을 추진한 데서 비롯되었다. 우라늄 농축장비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북한에는 한낱 필요가 없는 고강도 알루미늄을 은밀히 사들이려 했던 몇 번의 시도, 파키스탄 핵개발의 아버지라 불리는 칸 박사와 거래했던 증거들이 속속 포착되었다.

그렇게 해서 북한이 우라늄 핵폭탄을 만들어냈는지는 모르겠으나 북한이 핵개발 의욕을 전혀 버리지 않고 있다는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그래서 일체의 핵프로그램을 포기하라는 것이다.

백 번 양보해 북한의 HEU 프로그램 존재 여부가 국제사회의 철저한 오해에서 비롯됐다 하더라도, 2차 북핵위기가 발생하자 북한은 즉시 핵동결을 풀었고 재처리시설을 가동했으며 핵무기를 만들었다고 선언했다.

평화적 이용하려면 핵폐기 신뢰부터 쌓아라

사실 재처리 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것 자체가 1992년 남북간에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공동선언’에 대한 정면 위반이다. 북한은 이로써 약속과 합의를 얼마든지 헌신짝처럼 버리는 국가라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해 보여줬다.

또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국가’라는 것을 증명해 보여줬다. 따라서 지금 북한에 평화적 핵활동과 무기개발을 위한 핵활동을 구별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졌다. 어떤 식으로든 칼과 흉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교도소 안에는 일체의 금속물질 반입을 금지하여야 하는 것처럼 북한에 일체의 핵활동도 허용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북한이 자초한 일이다.

물론 북한도 평화적으로 핵을 이용할 권리가 있지만 그것은 핵폐기를 선언하고 핵폐기의 결과를 완전하고 분명히 보여주고 난 후에나 생각해볼 일이다. NPT에 재가입하여 그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북한이 핵개발을 할 의지가 없다는 국제사회의 ‘분명한 신뢰’를 얻게 되었을 때, 북한이 요구하지 않아도 평화적 핵개발의 권리는 당연히 되돌아올 것이다.

한국정부, 언론도 중심 못잡고 있어

이런 사안에 대해 국제사회는 절대 양보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양보가 아니라 속는 것이며 북핵문제의 본질을 비껴가는 것이다. 특히 한국 정부는 기억력과 판단력을 가다듬어 보길 바란다. 북한에 가장 강력히 항의하면서 ‘대북압박의 주도권’을 쥐어야 할 측은 한국정부인데 바보처럼 북한의 기만 논리를 계속 두둔해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자꾸 북한을 감싸준다고 북한을 돕는 것이 아니다. 냉정히 현실을 인식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가르쳐주는 것도 북한을 돕는 것이다.

국내여론도 여러 갈래가 있을 수 있지만 ‘북한의 평화적 핵활동까지 금지토록 하는 것은 가혹한 내정간섭’이라는 엉뚱한 논리는 이제 집어치워야 한다. 얼마나 더 북한에 속아봐야 정신을 차릴 텐가.

어설픈 동정은 결국 북한에 군사적 행동을 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런 문제에 대해 한국의 주요 언론이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곽대중 논설위원 big@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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