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평화적 핵이용 권리는 당연한 것”

북한은 그간 평화적 핵이용은 주권국가의 고유 권리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실제로 핵무기비확산조약(NPT)은 주권국가에 대해서는 평화적 핵이용 권리를 인정하고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까지 허용하고 있다.

6자회담 북한측 수석대표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미국이 군사적 전용 가능성을 들어 평화적 핵이용 권리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자 회담이 한창이던 4일 기자회견을 자청, 미국의 입장을 반박한 것도 이같은 국제법적 근거에 기초한 것이었다.

당시 그는 “우리가 비핵화하자는 것은 평화적 핵활동을 하자는 것이며 세상의 모든 나라는 평화적 핵활동의 권리를 갖고 있다”며 “그런데 유독 한 나라만 반대하고 있다”며 미국을 겨냥했다.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권에 대한 집착은 노동신문이 작년 3월8일 미국이 주장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CVID)’에 대해 “평화적 핵동력 공업을 말살, 경제적으로 질식시키려는 목조르기 올가미”라고 반박한 데서도 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북한은 핵무기 개발에 대해서는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및 핵선제공격 위협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자위적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미 궁극적으로 미국이 원인을 제공했다는 논리를 되풀이해 왔다.

최근 이란이 핵활동을 전격 재개하면서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권 주장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로 돌아섰다. NPT 가입국인 이란의 핵활동 재개는 조약에 명시된 권리라는 점에서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연합(EU) 3개국은 마땅한 제재방법이 없어 고심하고 있는 형편이다.

또 미국이 NPT에 가입하지 않고 핵무기를 개발한 인도와 핵협력 협정을 체결하고 이스라엘과 파키스탄의 핵보유를 묵인한 전력을 갖고 있는 미국의 이중적 태도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들 나라의 사례에서 보듯이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은 NPT에 가입하지 않아도 국제법적으로 보장된 권리이다.

부시 대통령이 10일 휴가지인 크로퍼드 목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과 이란 은 분명히 다르다”며 북한의 주장을 일축하고 나선 것은 미국의 이중적 핵정책에 대한 비난이 확산되는 것을 서둘러 진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부시의 발언은 북한이 94년 제네바 합의를 통해 핵동결을 약속하고도 뒷전에서는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을 진행시키면서 핵무기에 대한 야망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불량국가’라는 인식을 깔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부시 발언 직후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1일 미디어다음과 인터뷰에서 “북한도 마땅히 평화적 핵이용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언급, 한.미 간에 미묘한 파장이 일어나고 있다.

이처럼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 권리를 놓고 북.미와 한.미 사이에 입장차가 두드러지면서 이달말 재개될 6자회담에서 과연 접점이 찾아질지 여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미 양국의 뿌리깊은 불신감을 감안, 북한이 NPT에 가입해 성실하게 핵사찰을 받고 군사적 전용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불식시켜주는 조건으로 북한에 대해 평화적 핵이용 권리를 인정해주자는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북한도 2003년 12월15일 노동신문을 통해 ‘핵무기 완전 철폐(elimination of all its nuclear weapons)’를 언급하면서 ‘대담한 양보’ 조치로 ‘평화적 핵동력 공업의 동결’을 제안했다.

평화적 핵이용에 대해 협상의 여지를 내비친 것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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