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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해결을 위한 4차 6자회담 2단계 회의가 13일 오후 5시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호텔에서 시작됐다. 평화적 핵 이용권을 둘러싼 북∙미간 갈등으로 1단계 회담이 휴회된 지 37일만이다.
냉각과 조정이라는 화두로 참가국간 물밑 회담을 위한 휴식이었지만 북∙미 양국은 이 기간 동안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정동영 장관은 “이번 회담에 한반도 운명이 달렸다”고 말할 정도로 큰 의미 부여를 했지만 낙관하기 어려운 상태다.
미국은 평화적 핵 이용권 문제 수용 여부를 핵 폐기 의사에 대한 시험대로 여기는 분위기다. 이 문제는 북한에 대한 신뢰 여부와 밀접히 연관돼 있다. 그만큼 미국은 북한이 주장하는 ‘현 단계 평화적 핵 이용권’을 허용할 의사가 없다.
북미관계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7일 미국이 주변국의 요청에 따라 ‘투명성 보장 후 평화적 핵 이용 허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해와 미국의 입장 변화 여부가 주목된다. 이는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하고 IAEA의 사찰을 성실하게 이행할 때 가능하다는 조건부 허용 문제다.
김계관 “평화적 핵활동 미국 허락 필요치 않아”
일부에서는 북한이 신포 경수로 건설에 욕심을 내고 있는 만큼, 이 주장을 철회하면 미국이 조건부 허용 카드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 고집의 진위가 경수로에 있다는 분석이다.
미 국무부 관계자도 이번 힐 차관보의 한국방문에 동행한 자리에서 이와 유사한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 수석대표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13일 베이징(北京)으로 출발하기 앞서 중국 신화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평화적 핵 활동)권리를 갖고 있으며, 이를 상대편이 부인해도 허락을 구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은 진지한 태도로 6자회담에 임하고, 필요하면 융통성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융통성을 발휘하겠다는 것이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조건부 평화적 핵 이용권 포기로 비춰질 수 있다.
만약 북한이 이러한 의사를 밝힐 경우 그들이 원하는 목표가 드러날 수 있다. 즉, 핵 포기와 맞바꿀 수 있는 요구가 무엇인지 국제사회는 선명하게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는 힐 차관보가 지난달 23일 밝힌 ‘부차적 문제의 유연성 가능’과 김 부상이 이날 밝힌 ‘필요하면 융통성 발휘’와 접점은 없다. 북한이 투명한 핵 포기 이후 평화적 핵 권리 회복으로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보일 경우 타협이 가능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김태효 성균관대 교수는 “이번 회담 변수는 북한이 어떻게 나오느냐라는 비교적 단순한 문제”라며 “또 다시 평화체제나 기타 부대조건을 들고 나올 경우 미국은 북한이 핵 포기 의사가 없다고 간주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남북회담에서 국제사회 원칙 한 목소리 내야”
중국 국제문제연구소 롼쭝쩌(阮宗澤) 부소장은 12일 미국과 북한 사이에 뿌리깊은 불신이 자리잡고 있어 회담에서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면서 평화적 핵 이용권 보장과 핵 포기 및 보상이행의 선후 문제가 갈등의 결정적인 요소라고 말했다.
그는 “일정한 합의에 도달한다 하더라도 북-미 간 신뢰 결여로 말미암아 이행과정에서 여전히 적지 않은 난관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평화적 핵 이용 문제에서 절충이 이루어져도 고농축 우라늄(HEU)문제, 관계정상화 및 평화체제 보장 선후(先後)문제, 검증 절차 및 보상에 대한 합의 문제 등이 난제가 많다는 점을 지적한 것.
전체 협상 과정은 회담 참가국의 이해를 최대한 교집합으로 분류해 합의문을 작성하고, 이후에 실무그룹(W/G) 회의를 통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2단계 회담은 합의문 도출에 집중하기 위해 종료 시점을 정하지 않았으며, 의견 일치가 안될 경우 또 다시 쉴 수 있다는 분위기다.
류호열 고려대 교수는 “경수로와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가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6자회담과 병행된 남북장관급 회담에서도 이러한 원칙을 북한에 분명히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 말했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