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타결> 北 평화적 핵이용권은 `봉합’

2단계 제4차 6자회담에서 참가국들이 북한의 핵에너지 평화적 사용 권리에 대한 존중을 표시한다는 원칙에 합의함으로써 이를 둘러싼 북.미 양국의 갈등은 일단 봉합되는 모양새를 취했다.

참가국들은 이번 공동 발표문에서 “1992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은 엄수돼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과 더불어 “북한은 핵에너지를 평화적으로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다른 참가국들은 이에 대해 존중을 표시하고 적당한 시점에서 북한에 경수로를 제공하는 문제를 논의하기로 합의했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북한과 다른 참가국 간에 `핵에너지 평화적 사용 권리’의 범위를 놓고 다른 해석이 나올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

발표문에서 언급된 한반도 비핵화 선언은 채택 당시부터 우라늄 농축 및 재처리까지 금지한 조항 때문에 주권국가로서 당연히 누릴 수 있는 핵주권을 스스로 포기한 행위라는 비판이 남쪽에서도 제기된 적이 있다.

북한 역시 이번 회담 기간에 “조선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핵에너지의 평화적 사용권리는 포기할 수 없다며 흑연감속로 폐기에 대한 대가로 경수로 제공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다만 북측은 평화적 핵이용권에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리까지 포함돼야 한다는 구체적인 주장은 펴지 않았다.

이번 발표문이 평화적 핵에너지 이용권과 관련, 우라늄 농축이나 재처리에 대한 언급을 담고 있지 않다고 해서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선언의 `주권 제약적 요소’를 인정했다고 볼 근거는 없다.

`주체적인 핵동력 공업’을 내세우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경수로 제공이 순조롭게 이뤄지더라도 농축 우라늄 연료의 조달을 미국이 주도하는 핵에너지공급그룹(NSG)에만 맡기는 종속적 상황을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실제로 진보적 성향의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이 향후 경수로가 완공될 경우 연료 자급에 대비해 실험실 수준의 우라늄 농축 시설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북한이 74년 원자력법을 채택하고 85년 소련과 원자력협정을 체결, 경수로 도입을 추진하다 좌절되자 대신 지금의 영변 5㎿급 실험용 원자로와 같은 유형의 흑연감속로를 건설하기도 했다.

북한은 “다른 나라의 원료자원에 의거하지 않고도 우리나라에 풍부한 원료자원을 가지고 우리의 기술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경수로 대신) 흑연감속로형을 선택하게 됐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따라서 북한이 향후 핵무기비확산조약(NPT)에 복귀하는 등 조건이 성숙되면 주권국가로서 누릴 수 있는 완전한 형태의 핵에너지 평화적 이용 권리를 주장하고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서 말하는 완전한 권리란 핵연료의 제조부터 농축, 재처리까지 포괄하는 핵연료 사이클을 의미한다. 재처리, 농축은 핵무기 제조와도 무관하지 않으므로 북.미 양국 사이에 일단 봉합된 갈등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일각에서 북한이 핵연료 농축 및 재처리까지 포함한 넓은 의미의 핵에너지 평화적 이용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군사적 잠재력’을 계속 보유하고 있겠다는 의도 외에는 설명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방연구원의 김태우 박사는 “이번 발표문을 보면 문맥상으로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를 제외한 좁은 의미의 권리를 존중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그러나 북한이 넓은 의미의 권리를 주장한다면 군사적 잠재력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북한이 몇 기에 불과할 경수로를 돌리기 위해 우라늄 농축시설까지 보유하는 것은 비용 대비 효율성의 측면에서 비합리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대 원자력연구센터의 강정민 박사는 “50기가 넘는 원자력 발전소를 보유하고 있는 일본도 자체적으로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유하고는 있지만 연료 자급율이 20% 수준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외부에서 수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의 농축 우라늄 생산국 미국이 주도하는 NSG는 저렴한 가격에 핵연료를 공급해줌으로써 원전 보유국들이 자체적으로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유하려는 경제적 유인을 감소시켜 핵비확산 체제로 기능케 하려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연합